MB “기름값 1900원 … 적정 수준인지 면밀히 살펴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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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여러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름값의 경우 유가와 환율 간 변동관계를 면밀히 살펴 적정한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서민물가 안정 종합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제 원유시장에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 할 때 (국내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L당) 2000원 (정도) 했다. 지금은 80~90달러 수준인데도 1800~1900원 정도 하니 어떻게 된 것이냐”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그러면서 “주유소 등의 이런 행태가 묘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석유류 가격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니 면밀히 봤으면 좋겠다는 뜻이지, 대통령이 (인하) 지침을 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강조점을 두고 한 말인 만큼 (관련 부처가)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여운을 뒀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국제 원유가 하락이 국내 소비자가에 반영되는 게 느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내용도 (발언의 의미에) 포함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유사를 향해 가격 체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부터 SK에너지, GS칼텍스 등 6개 정유사와 가스회사를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대규모의 조사반을 각 업체에 보내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기름값 결정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특히 올해 초 액화천연가스 가격을 대폭 올린 과정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발언에 이어 시작된 공정위의 조사는 강도가 평소보다 훨씬 센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에너지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정한 분야를 찍어서 자료를 요구했지만 이번에는 광범위한 자료를 모두 들춰보고 있다”며 “무엇을 조사하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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