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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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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갓 짐승 때문에 사람 목숨을 앗으려 한 제나라 경공 얘기다. 아끼던 말이 죽자 진노한 그가 담당 관리를 처형하려 했다. 평소 입바른 소리로 이름난 재상 안영이 관리를 꾸짖고 나서더니 조목조목 죄명을 댔다. 첫째, 말을 소홀히 돌봐 죽게 만든 죄. 둘째, 고작 말 한 필 때문에 군주가 사람을 죽였단 소리를 듣게 한 죄. “이를 알면 백성들 원성이 자자할 테니 네 죄가 얼마나 큰지 알겠느냐.” 자기를 겨냥한 호통에 결국 경공은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훗날 당 태종 역시 애마(愛馬)의 죽음에 격분해 같은 잘못을 저지를 뻔했다. 그걸 막은 건 문덕황후 장손씨다. “경공의 일화를 잊으셨느냐”며 황제를 말렸다. 비단 그때뿐 아니다. 사사건건 직언을 일삼는 재상 위징에 화가 치민 태종이 “한번만 더 나를 욕보이면 그 늙은이를 죽여버리겠다”고 씩씩댄 적이 있다. 이를 본 황후가 공손히 절을 올리더니 고하길, “자고로 임금이 밝으면 신하가 곧다고 했습니다. 위징이 곧은 걸 보니 폐하가 밝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이후 태종이 위징을 각별히 여긴 건 물론이다.

 경공이 제나라를 제2의 전성기로 이끈 것이나 태종이 ‘정관의 치(貞觀之治)’를 이룬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거침없이 직언할 줄 아는 신하와 거기에 귀 기울이는 군주가 ‘환상의 콤비’를 이룬 덕이다. 쓴소리가 국정에 약이 됨을 모를 리 없겠지만 하는 쪽도 듣는 쪽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청대 ‘강건성세(康乾盛世)’의 주역 옹정제가 입에 발린 소릴 애써 경계한 건 그래서다. 집권 초 황하가 맑아졌단 소식에 추여로란 신하가 ‘새로움으로 더러움을 밀어내니 풍속이 새로워졌도다’며 시를 지어 바쳤다. 황제의 개혁 조치로 백성들 삶이 편해지니 강물까지 깨끗해졌다는 아첨이다. 대가는 관직 박탈이었다. 반대로 옹정제는 비판하는 이에겐 조건 없이 상을 내렸다. 시종일관 자신에게 맞섰던 학자 주식을 태자(건륭제)의 스승으로 삼았을 정도다.

 거듭되는 이명박(MB) 정부의 인사 파동을 두고 쓴소리할 줄 아는 참모의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급기야 문책론까지 불거지자 대통령이 직접 방에 찾아가 “흔들리지 말라”며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론 내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해달라”는 메시지부터 전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부디 나의 안영과 위징이 돼 달라”고 말이다.

신예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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