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봉 기자의 도심 트레킹 ⑱ 서울 구로구 매봉산·지양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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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B 다니는 편한 숲길, 눈 오면 아이젠 필수

눈 내린 매봉산 오솔길을 걷는다. 겨울 숲길, 눈 내렸어도 웬지 포근하다.

서울에서 가장 아기자기한 숲길로 손꼽히는 구로구 매봉산과 지양산을 걸었다. 원래는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길이다. 산악자전거 동호회에 들어가면 첫 주행에 가장 많이 추천하는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코스가 전체적으로 높낮이, 좌우 큰 굴곡 없이 무난하고 도심에서도 한달음에 접근할 수 있다.

자전거 타기 좋은 이 길은 겨울철 걷기에도 나무랄 데 없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100m가 채 안 될 정도로 낮다. 겨울철에 올라도 강풍이 불지 않고, 산 아래와 온도차도 크지 않다. 보통 고도가 100m 높아지면 기온은 약 0.7도 낮아진다.

겨울철 숲길은 오히려 골목길보다 따습다. 나무가 바람을 이리저리 흩트려놓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막힌 도시의 빌딩숲과 동네의 골목길에서 바람은 우르르 몰려다닌다.

매봉산엔 리기다소나무와 팥배나무가 군락을 이뤄 눈이 덮이면 더욱 아름답다. 하지만 겨울철, 걷기의 가장 큰 위험요소 역시 눈이다. 오솔길에도 눈이 내리면 반드시 아이젠을 차고 걸어야 한다. 그러면 숲길은 겨울 산책로 중 가장 쉽고 아름답고 기분 좋은 길이 된다.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 3번 출구로 나간다. 여기서 매봉산 들머리까지가 좀 복잡하다. 광장을 가로질러 오류동역 앞 삼거리까지 진출한 뒤 길을 건넌다. 오른쪽으로 꺾어 100m쯤 가서 왼쪽 ‘경인로23길’ 방면 오류시장 골목으로 접어든다. 시장 길을 지나 오거리가 나오면 1시 방향 오류초등학교가 보이는 쪽으로 오른다. 학교 담장을 왼쪽에 끼고 계속 걷는다. 담장이 막다른 골목과 만나면 오른쪽 오르막으로 접어든다. 아파트단지가 나오는데 길을 따라 오르면 동부골든아파트 210동이 보인다. 길을 건너면 210동 옆쪽으로 산길이 나타난다. 바로 매봉산 능선이다. 숲에 접어들면 추위가 점점 사라진다. 나뭇잎이 없으니 볕이 잘 내리쬐고 완만히 구불거리는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체온이 점차 올라간다.

시골 정취도 느껴 … 이정표 부실한 게 흠

길을 가면서 이정표가 이어지는데 이때마다 ‘온수연립’ 쪽을 향한다. 표지판이 엉망이라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길을 잃기 쉽다는 게 흠이다. 사거리를 지나면서도 이정표가 나온다. 계속 ‘온수연립’ 방면으로 직진하면 된다.

궁동터널이 하나의 기점이다. 길을 걷다 어느 순간 자동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바로 궁동터널 위를 지나고 있을 때다. 궁동터널을 지나 길을 따라 걷다 오른쪽에 나오는 나무다리를 건넌다. 이곳이 바로 매봉산에서 지양산으로 접어드는 포인트다.

지양산에 접어들어 한 10분쯤 걷다 보면 사거리가 나온다. ‘서서울정보고교’ ‘신정동’ ‘온수연립’ ‘동부골든@’라고 쓰인 이정표가 서 있다. 일단 온수연립 쪽 나무계단을 오른다. 그리고 바로 오른쪽으로 난 자그마한 샛길로 들어선다. 이 길이 이번 코스의 묘미다. 정상을 거치지 않고 산 둘레를 돌아 힘들이지 않고 가로지를 수 있는 마법의 길이다.

아주 좁은 길이지만 걷다 보면 주말농장 근처 시골 같은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주말농장 주변 푸근한 시골길을 지나 큰 비닐하우스가 보이는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이정표를 만나면 ‘안산체육회’ 쪽으로 걷는다. 안산체육회는 인근 주민들이 만든 모임인데, 한 푼 두 푼 모아 체육시설을 들여놓고 모임도 한다. 번듯한 건물 안에 자리 잡지 못했을 뿐 운동기구만큼은 웬만한 헬스클럽보다 잘 갖췄다. 동네 앞 편안한 산이라 안산으로 이름 붙여 체육회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경기도 안산의 체육회라는 오해를 사는 일이 있어 개명을 검토 중이다.

체육회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면 정자가 하나 나온다. 여기서 왼쪽 ‘지양마을’을 향해 걷는다. 내리막을 가다 갈림길에서 가로등이 즐비한 길을 버리고 왼쪽 길을 택한다. 산길의 막바지 저 멀리 신월야구장의 초록색 그물 펜스가 보인다. 산길을 다 내려올 때 계단이 꺾이는 부분에서 오른쪽 샛길로 내려온다. 찻길을 피하고 동네 호젓한 골목을 걸을 수 있다. 골목을 따라 내려온 뒤 버스 차고지 오른쪽 담장에 트인 샛길로 접어든다. 육교를 건너 서서울호수공원으로 들어와 잠깐 쉬다 정문으로 나오면 인근 지하철역행 버스가 오는 정류장이 나온다. 전체 약 7㎞, 3시간쯤 걸린다. (위성 지도 등 자세한 코스 정보는 ‘mywalking.co.kr(발견이의 도보여행)’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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