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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 계세요 … 저희도 지금 한국에 있는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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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11일 오후 1시30분 일본 도쿄(東京)의 하네다(羽田)국제공항 출국장 앞. 다나하시 마도카·지사토(ちさと·36)·히나토 자매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얼굴엔 설렘과 긴장감이 함께 비쳤다.

 본지가 다나하시의 사연을 전한 이후 국내 언론의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자매의 이번 한국 방문은 “엄마를 찾기 위해 애쓰는 자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싶다”는 한 방송사의 제의에 따른 것이었다. 본지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이들을 동행 취재했다. 출국장 문이 열리자, 장녀 마도카와 막내 히나토가 걸음을 옮겼다.

 “지금 서울은 무지 춥대. 무리하지 말고, 위험한 일도 하지 말고. 빙판길도 조심해. 언니와 히나토 너한테까지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정말…알지?”

 이들의 등 뒤에서 둘째 지사토가 외쳤다. 지사토는 한국에서 급하게 일본으로부터의 도움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일본에 남기로 했다. “중앙일보에 기사가 실린 뒤 엄마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여러 건 들어왔다고 들었어요. 새로운 정보를 얻게 돼 설레지만, (제보가) 사실이 아닐 경우 실망하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해요.”

 히나토가 말했다. 셋 중 엄마를 가장 많이 닮아 애교가 많은 히나토. 평소엔 명랑한 성격이지만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어김없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매의 한국 일정 중엔 제보자를 만나는 일도 포함돼 있다.

 탑승 전 선물 가게에 들른 자매는 일본 전통 과자 여러 개를 샀다. 한국에서 엄마를 찾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줄 선물이라고 했다. 탑승 게이트에서 기다리는 사이, 히나토는 엄마의 사진을 모아둔 사진첩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2005년 딸들과 캐나다 여행을 떠났을 때 찍은 사진 속에서 엄마는 웃고 있었다. 사진첩을 넘기는 히나토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오후 3시30분. 자매를 태운 비행기는 일본 땅을 떠났다. 지난해 1월과 4월 실종 신고 등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데 이어 세 번째 한국행이다. 마도카는 전날 잠을 설친 듯 이륙 직후 곯아떨어졌다. 히나토는 창밖을 멍하니 쳐다봤다. 눈을 감고 잠도 청해봤지만 이내 눈이 떠졌다. 잠시 숨을 삼킨 히나토는 “이륙하는 순간 ‘엄마. 지금 가고 있으니까 기다려줘’라고 마음속으로 엄마에게 말했어요”라고 했다. 어느새 언니 마도카도 잠에서 깨 말을 보탰다.

 “한국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엄마…우리 가는 거 알아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선 엄마와 함께이길 기도해요. 하지만 설사 이번에 못 찾더라도 엄마 찾는 일, 포기 못해요. 가족 중 누군가가 1년간 사라졌다고 포기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공항에 오기 전 세 자매는 요코하마의 한 레스토랑에서 카레로 점심을 먹었다. 2005년 작고한 아버지가 생전에 어머니와 즐겨 찾았던 곳이다. “부모님의 기운을 받아 한국에서 화이토(‘파이팅’의 일본식 표현)하기 위해”라고 자매는 설명했다. 특히 후식으로 아버지가 좋아했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세 자매는 하나씩 먹었다.

 오후 6시30분. 이들을 태운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자매는 이날 밤 류시원씨를 만난 데 이어 12일 오후엔 강원도 춘천에서 이광재 도지사를 만났다. 13일에는 다나하시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강원도 강릉에서 어머니를 찾는 전단을 뿌릴 계획이다. 이들은 14일 저녁 비행기로 도쿄로 돌아간다.

도쿄·서울=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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