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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조명시장의 성장이 던져준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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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영호
화우테크놀러지 대표

최근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LED는 지금까지 전광판과 교통 신호등, 휴대전화 액정에 주로 사용돼 왔으나 밝기가 개선되고 제품 수명이 연장되면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 절감효과와 친환경적 특성이 두드러진 LED 조명의 경우 최근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제품이 나오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LED 조명이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것은 교체·유지·보수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물론 일반 조명에 비해 소비 전력을 80% 이상 절감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은·카드뮴·납 같은 중금속이 들어가지 않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LED 조명시장 규모가 올해 100억 달러(약 11조275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만 2015년까지 3조7000억원대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부터 ‘에너지 목표관리제’가 시행되면서 공공기관과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을 중심으로 LED 조명 교체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업체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얘기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해부터 LED 조명 시장은 변화가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주로 중소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으나 성장 잠재력이 커지면서 삼성과 LG·포스코 같은 대기업이 LED 조명산업에 뛰어들었다. 필립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외국계 기업도 국내 시장 본격 진출을 발표했다. 대기업 진출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대형마트 등의 손쉬운 유통 경로로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특화된 경쟁력을 갖춘 몇몇 곳을 제외한 다수의 중소기업은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채널을 구축한 대기업에 밀려 문을 닫거나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LED 조명은 일반 소비자들이 기술력을 비교하기 어렵다.

 이럴 때 최선의 방법은 역시 연구개발(R&D)이다. 자사만의 특화된 제품을 확보하거나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화우테크놀러지는 LED 조명시장이 형성되기 전인 2006년 시장에 진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R&D의 중요성을 깨닫고 제품 경쟁력 강화에 힘써 왔다. 그 결과 국내외에 80여 개 기술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LED 조명 풀 라인업을 완성해 50여 개 나라에 공급하고 있다. 전 세계 LED 조명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 시설 투자나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최근 3년간 매출의 3%가량을 꾸준히 R&D에 투자한 결과물이다.

 정부는 다양한 측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타까운 것이 우리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규제나 중소기업 지원 정책 같은 정부 처방만을 기대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중소기업이 애써 키워놓은 사업영역에 침범하는 대기업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남 탓’을 하거나 정부 지원에 기댈 것이 아니라 어떤 경쟁 상황에서 생존·성장할 수 있는 고유한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먼저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매번 고민하면서도 연구개발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중소기업의 체력은 끊임없는 R&D임을 알기 때문이다. 치열해지는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는 해답, R&D 투자에 달려 있다.

유영호 화우테크놀러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