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값 또 올랐대~” 농산물주 웃고 음식료주 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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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련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 식품가격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비료 및 종자 등 농산물 관련 기업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비료 제조업체인 조비는 10일 1650원(7.04%) 오른 2만5100원에 장을 마쳤다. 효성오앤비와 한일사료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대로 음식료주는 울상이다. 원가 부담이 커지며 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기상악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 소맥과 원당, 대두의 가격은 전년대비 각각 91.1%와 30.2%, 25.1% 올랐다. 하지만 원료값 상승만큼 제품 가격을 올리는 건 여의치 않다. 정부가 소비자 물가 안정을 강조하며 눈을 부라리고 있어서다. KB투자증권 이소용 연구원은 “국제 곡물가 상승은 CJ제일제당 등 중간재 업체에 먼저 영향을 미치고, 그 이후 오리온 등 소비재 업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CJ제일제당은 6000원(2.81%) 내린 20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농심의 주가도 내렸다.

 곡물값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는 30년 만에 강력한 엘니뇨와 라니냐가 연달아 발생하며 예년보다 날씨 변동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재고율이 낮아 상반기까지 곡물값 고공행진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도 식음료 업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전망이다. SK증권 이정기 연구원은 “롯데가 라면시장에 뛰어드는 등 기업 간 영역 파괴가 이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등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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