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을 댜오진핑으로 썼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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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의 대표적 관영 언론매체에서 최고지도자의 이름을 잘못 쓰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중앙방송(CC-TV)이 홈페이지에서 시진핑(習近平·습근평) 국가부주석의 성인 ‘習(습)’을 실수로 ‘교활하다’ 또는 ‘간사하다’란 뜻의 ‘刁(조·댜오)’로 표기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9일 보도했다. ‘習’의 간체자는 ‘习’인데 편집자가 이를 착각하고 刁자로 표기한 것이다.

 잘못된 표기 사고는 지난해 11월 20일 CC-TV의 주요 뉴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신문 30분’에서도 발생했다. 시 부주석의 아프리카 앙골라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뉴스 제목에 쓰인 그의 성을 모두 ‘刁’로 썼다. 2년 후 차기 대권이 유력한 시 부주석의 성을 두 차례에 걸쳐 잘못 쓰는 사고가 일어나자 경악한 CC-TV 관계자들은 관련자들을 문책하는 등 사태 수습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의 이름도 수난을 겪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해 12월 30일자 신문에 원 총리의 이름을 잘못 표기했다. 원 총리의 이름 마지막 글자인 ‘寶(보)’를 ‘室(실)’로 쓴 것이다. ‘寶’의 간체자인 ‘宝’와 혼동한 것이다. 인민일보 측은 기사 마감 후에야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발행된 신문에서는 바로잡았다. 하지만 관계자 17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2006년 11월에는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주석의 ‘濤(도)’자를 주조한다는 뜻의 ‘鑄(주)’로 오기해 관영 신화통신 편집자 2명이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실수는 첫 획 또는 둘째 획만 쓰면 관련 단어가 나열되는 중국어 입력 소프트웨어와 관련 있다. 방심한 편집자들이 나열된 여러 단어 가운데 잘못 골라 오·표기 실수가 나오는 것이다.

 2006년엔 인민일보가 관할하는 구강(九江)일보에서 장쩌민(江澤民·강택민) 전 국가주석의 ‘澤(택)’자의 간체자 泽과 유사한 ‘怪(괴)’자로 잘못 쓰는 사고가 일어나 관련자들이 문책당했다. 홍콩의 소식통은 “중국어 입력 소프트웨어의 특성 탓도 있지만 오·표기한 글자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어 미묘한 파장을 준다”고 말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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