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사나이 서장훈 남 좋은 일 1000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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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자랜드의 서장훈(37·2m7㎝·사진)이 농구공으로 역사를 쓰고 있다. 명실상부한 ‘기록의 사나이’다.

 그는 지난 8일 SK와 홈 경기에서 24점·6리바운드에 어시스트 2개를 보태 통산 1000어시스트 고지를 밟았다. 그동안 1000어시스트를 달성한 선수는 25명 있었는데 모두 가드나 포워드였다. 센터로는 서장훈이 사상 처음이다. 그는 ‘서장훈, Living Legend(살아 있는 전설)’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는 홈 구장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프로 13년차 서장훈은 통산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통산 4800리바운드를 넘어섰고, 9일 현재 통산 1만2117점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대기록을 달성한 직후에도 표정이 어두웠다. 서장훈은 당시 “내 기록을 폄하하는 사람이 있어 마냥 기쁘지는 않다”고 했다. 일부 팬들이 “이기적으로 개인기록만 챙겨서 얻은 결과물”이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 어시스트 기록에는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동료의 득점을 돕는 어시스트는 이타적인 기록의 대명사다.

 센터는 농구 코트의 ‘3D’ 업종이다. 전쟁터와 같은 골밑에서 끊임없이 몸싸움을 벌이며 공격과 수비를 책임져야 한다. 상대의 집중 견제를 당하기 일쑤여서 어시스트까지 신경 쓰기 힘들다. 현재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센터로 평가받는 드와이트 하워드(올랜도 매직)도 7시즌 통산 어시스트가 766개(평균 1.5개)다.

 서장훈의 기록은 골밑에서 외국인 센터와 부대끼면서 세운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 센터는 골대를 등지고 공격하는 경우가 많아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상대 외국인 센터를 뚫고 패스하기는 쉽지 않다. 서장훈은 9일 “어시스트는 내 전공 분야가 아니다. 그저 오래 뛰다 보니 쌓은 기록이고, 오히려 내 패스를 받아 득점에 성공해준 동료들 덕”이라고 말했다.

 서장훈은 군 면제 판정을 받은 덕분에 한 시즌도 빼먹지 않고 차곡차곡 기록을 쌓은 덕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농구 지도자들은 그보다도 서장훈이 철저한 자기관리로 큰 부상 공백이 없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한다. 서장훈은 목 보호대를 스스로 맞춰 착용할 정도로 몸 관리에 철저하다.

김우철 기자

◆프로농구 전적(9일)

SK(13승16패) 65-86 KT(21승8패)

LG(13승16패) 80-83 인삼공사(9승21패)

동부(20승9패) 81-64 오리온스(8승2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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