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노승열, 유럽 간판들 콧대 콱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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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럽과의 골프대항전 3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하며 샛별로 떠오른 노승열. [후아힌(태국) AP=연합뉴스]

아시아는 참패했지만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은 빛났다. 9일 태국 후아힌의 블랙마운틴 골프장(파72)에서 끝난 유럽과의 골프대항전 로열 트로피에서 아시아는 처참한 역전패를 당했다. 전날까지 6-2로 앞서던 아시아는 마지막 날 싱글 매치 8경기에서 2무 6패로 밀려 7-9로 졌다.

 그러나 한국 골프의 미래이자 매치플레이 국가 대항전에 처음 데뷔한 노승열은 3경기 무패 행진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유럽과 아시아 선수 16명 중 최다 승점(2.5점·2승1무)을 올렸다. 노승열은 7일 열린 포섬 매치플레이에서 량원충(중국)과 짝을 이뤄 헨릭 스텐손-요한 에드포스(이상 스웨덴)를 3홀 차로 제압했다. 둘째 날 포볼 경기에서도 량원충과 힘을 합쳐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리스 데이비스(웨일스)에게 5홀 차 완승했다.

 최종일 싱글 매치. 골프 종가인 유럽 선수들의 반격은 거셌다. 지난해 라이더컵 유럽 캡틴이며 이번 대회에도 주장 완장을 찬 몽고메리는 선수들에게 강한 정신력을 강조했다고 한다. 첫 주자 페테르 한손(스웨덴)이 량원충을 7홀 차로 제압하는 등 유럽 선수들은 아시아 선수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일본의 수퍼스타 이시카와 료도 일방적으로 몰렸다.

 아시아팀의 체면을 살린 것은 노승열이었다. 그의 상대는 유럽의 간판 스타 중 한 명이자 2007년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자인 스텐손이었다. 두 선수는 페어웨이 벙커를 훌쩍 넘기는 장타로 맞섰고 버디 7개씩을 잡는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다. 사실상의 에이스 대결이었다. 노승열로선 225야드의 파3인 14번 홀에서 핀 2.5m에 붙인 버디 퍼트를 놓쳐 2홀 차로 도망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스텐손은 16번 홀 버디로 쫓아왔다. 노승열은 17번 홀 버디로 도망갔지만 588야드 파 5인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벙커에 빠지면서 파에 그쳐 버디를 한 스텐손과 비겼다. 하지만 노승열은 이날 아시아 팀에 맨 먼저 승점 0.5점을 선물했다.

 노승열의 기량은 차세대 골프 선두 주자로 거론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리키 파울러(미국), 마테오 마나세로(이탈리아) 등과 견주어도 손색없다는 평가다. 노승열은 2월 23일 열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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