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무릎 좋아질 순 없어, 꼭 필요할 때만 불러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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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은승표 원장이 서울 서초동 코리아정형외과에서 박지성의 무릎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은 원장은 “박지성의 무릎은 더 이상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혹사당하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무릎 때문에 무릎 꿇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축구 대표팀의 주장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는 두 차례 수술한 오른 무릎의 수명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았다. 그는 이달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팀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프랑스에서 뛰고 있는 박주영(26·AS 모나코)은 골을 넣은 뒤 무릎을 꿇고 기도 세리머니를 하다 동료가 덮치는 통에 무릎을 다쳤다. 4주 진단을 받은 박주영은 아시안컵 엔트리에서 빠져 프랑스로 돌아갔다.

운동 선수가 아닌 일반인 중에서도 무릎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축구나 스키 등 운동을 하다 다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엔 얼음판에 미끄러지거나 갑자기 움직이다 무릎을 다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서울 서초동 코리아정형외과 은승표(48) 원장은 이런 사람들이 찾아가야 할 ‘무릎팍 도사’다. 은 원장은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무릎 전방십자인대 수술 1000건을 돌파했다. 무릎 수술 중 가장 어렵다는 전방십자인대 수술만 1000번 이상이고, 다른 부위까지 합치면 2002년 개원 이후 10년 동안 무릎 수술만 5000건을 넘게 집도했다고 한다.

원장 혼자서 수술과 진료를 전담하는 조그만 개인병원에서 이런 성과를 거둔 비결은 뭘까. 그는 “수술 후 곧바로 재활 운동을 시작하는 시스템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원 건물 4층은 트레이닝실로 꾸며져 있다. 오전에 수술 받은 환자가 링거를 꽂고 오후부터 재활 운동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은 원장은 “개원하면서 세운 원칙이 ‘내가 수술한 환자의 재활 과정을 내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였다. 환자의 상태는 집도를 한 의사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국내 외과의사들이 수술 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이런 시스템을 잘 몰랐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년 전까지만 해도 축구 선수가 무릎 부상을 당하면 독일로, 야구 선수는 미국으로 가서 수술을 받고 재활은 일본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박지성은 ‘현실’과 ‘책임감’ 사이 고민
은 원장에게 박지성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그는 ‘무릎팍 도사’답게 명쾌한 답변을 내려줬다.
“박지성의 무릎은 앞으로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릎 수명이 5년 남았다, 2년 남았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문제는 나빠지는 그의 무릎을 놓고 박지성 본인과 맨유 구단, 박지성의 아버지와 에이전트, 그리고 한국 국가대표팀이 각자 다른 입장에 따라 정치적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지성이 처음 무릎 수술을 한 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뛰던 2003년이다. 그때는 연골과 연골을 이어주는 연골판이 찢어져 이를 잘라냈다. 박지성의 오른 무릎 연골판은 절반이 없는 상태다.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판이 없어지니까 연골끼리 마찰하면서 연골 조직이 닳아 없어지는 후유증이 생겼다. 그래서 2007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두 번째 수술을 했다. 이번에는 ‘미세 천공술’이었다. 연골이 닳아 드러난 뼈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그곳을 통해 줄기세포가 나오게 했다. 그 조직이 연골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원래 연골보다는 질이 떨어진다. 그게 계속 혹사당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맨유 구단은 이런 박지성이 한국 대표팀에 자꾸 차출되는 게 불만이다. 그래서 “박지성의 무릎 수명은 5년밖에 안 남았는데 그나마 장거리 비행을 자주 하면 3년도 못 쓴다”고 얘기를 한 것이다. 이 말은 들은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가 중앙일보 기자에게 알려줬다. 가족 입장에서는 ‘그렇게 혹사하면 선수 생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는데’라는 걱정을 하는 게 당연하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도 박지성의 잦은 한국행이 못마땅하다. 그래서 “지성이 한국에만 갔다 오면 무릎이 나빠진다”고 말하고 영국으로 돌아오면 벌을 주듯 몇 게임 결장시킨다.

반면 박지성은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도 ‘현실’과 ‘책임감’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는 게 은 원장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뭘까. 은 원장은 “프로 선수로서 자신에게 연봉을 주는 구단에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박지성을 대표팀에서 계속 뛰게 하려면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경기가 아니면 대표팀에 부르지 말고, 빅 매치에서도 결정적일 때 교체 멤버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나이 들수록 근력운동 꼭 해야
은 원장에게 ‘보통 사람들이 무릎을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그는 “체력이 떨어지면 무릎을 다치기 쉽다. 몸은 못 따라주는데 마음만 앞서 무리한 동작을 하다 보면 무릎이 뒤틀리게 된다”며 “어떤 스포츠든 운동 강도를 자신에 맞게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환자 중 축구하다 다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무리해서 풀타임을 뛰려 하지 말고 전반이나 후반만 뛰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몸을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고도 중요한데 그중에 핵심이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근육 강화 운동이 필수라는 사실이다. 은 원장은 “웨이트 트레이닝 하는 것을 보고 ‘젊은 사람들이 식스팩 만들려고 하는 거지 우리랑 무슨 상관 있나’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적당히 무게를 조절해 웨이트를 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나이보다 젊게 사는 ‘안티 에이징’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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