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성역 속 불신 퇴적층 걷어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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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01면

오연호 대표기자(왼쪽)와 김종혁 편집국장이 6일 진보와 보수의 상생을 얘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조용철 기자

오마이뉴스(Ohmynews). 2000년에 창간한 이 인터넷 신문사는 지난 10여 년간 진보좌파 진영의 허브(hub) 역할을 해 왔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란 평가도 받는다. 그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첫 인터뷰를 모든 매체 다 제쳐 두고 오마이뉴스와 했다. 마지막 인터뷰도 거기서 했다. 오마이뉴스를 말하자면 대표기자 오연호(47)를 빼놓을 수 없다. ‘말’지 기자였던 그는 신방과 졸업반 학생 2명과 사진기자 1명을 고용해 오마이뉴스를 차렸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중앙SUNDAY,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에게 묻다

지금 오마이뉴스에는 76명의 기자와 7만 명의 시민기자가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63억원. 그러나 이 매체는 그런 외형을 훨씬 뛰어넘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외국 저널리즘 교과서에도 언급된 오마이뉴스의 사주이자 대표기자인 오연호는 최근 서울대 조국 교수와 함께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을 펴냈다. 진보가 2012년, 늦어도 2017년엔 집권해야겠다는 거다. 도대체 진보좌파 진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재집권을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 걸까. 중앙SUNDAY 김종혁 편집국장이 오 대표를 만나 그걸 물었다. 하지만 인터뷰는 20여 년 이상 기자 생활을 한 두 사람이 언론의 역할, 좌파와 우파의 정체성, 대한민국의 역사, 재벌 논란 등 현안에 대해 대담하는 형식이 됐다. 두 사람은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있는 오마이뉴스 대표실에서 세 시간 동안 만났다.

-올해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4년차다. 대북 문제부터 경제 성장, 물가, 복지 논란 등 만만찮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중앙일보는 열린 보수를 지향한다. 일류 진보는 대우해 주자는 입장이다. 이번 인터뷰가 진보와 보수의 상호 이해와 상생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오 대표가 최근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을 펴냈는데 제목이 매우 노골적이다.

“요구르트 중에 ‘쾌변’이란 게 있더라. 먹는 것에 변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다. 완전히 정공법인데 그게 좋더라. 진보가 재집권하길 바라는 책을 쓰면서 처음엔 ‘잔치는 다시 시작이다’ 뭐 이런 이름을 붙이려 했었다. 별로였다. 그래서 아예 솔직하게 간 건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 오마이뉴스도 창간사에서 ‘열린 진보를 추구하고 경직된 진보에는 회초리를 들자’고 했다. 생산적이고 양심적인 보수와는 악수하자는 입장이다.”

-언론은 공정하고 균형 있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치중립(Value Free)은 허구고 언론의 당파성은 불가피하다고 주장도 있다. 오 대표의 언론관은 뭔가.
“저는 오마이뉴스 하면서 한 번도 공정보도나 객관보도를 한다고 강조한 적 없다. 지상파 방송은 전파의 공공성 때문에 한쪽 편만 들면 안 된다. 반면 신문은 여러 개가 있고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수 신문이 보수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 그걸 욕하면 안 된다. 게다가 오마이뉴스는 인터넷이다. 우리 같은 매체가 문화체육관광부에 2000개 이상 등록돼 있다. 오히려 고유의 색깔을 내야 한다. 단 사실을 왜곡하면 안 된다.”

-다양성을 강조하는데 좀 이상하다. 오마이뉴스는 지금까지 신문사들의 방송 종편사업 진출을 반대하지 않았나.
“종편 자체를 반대한 건 아니다. 종편처럼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그에 합당한 환경이 생겨난다. 우리가 비판한 건 선정 방식 등을 놓고 정치적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부분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열리면 그에 맞는 질서들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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