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남자’ 게이츠 … “제2의 맥나마라”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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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사진) 미국 국방장관이 6일(현지시간) “향후 5년간 국방 예산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까지 물가상승률 외의 예산증액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당장 내년도 국방 예산이 3%의 실질 증가분만 반영된 5530억 달러(약 620조원)로 책정됐다. 그나마 2015년 이후엔 물가 상승분마저 반영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럴 경우 5년에 걸쳐 국방 예산 780억 달러(약 87조6000억원)가 삭감된다. 또 신형 상륙용장갑차(EFV) 도입 계획을 취소하고 록히드마틴의 F-35기 구입을 연기해 40억 달러를 아끼겠다고 밝혔다.

 다만 탈레반에 대한 추가압박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엔 1400명의 해병대를 증파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기동부대인 해병대 전력은 아프간전 종전까지 강화키로 한 것이다.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해 국방비 절감계획이 현실화되면 미군 병력은 2015년부터 육군과 해군이 각각 2만7000명과 2만 명 감축된다. 미군은 육군 56만9600명, 해군 20만2000명 규모다. 9·11테러 이래 계속된 국방비 증강 기조가 처음으로 반전되고, 병력 규모는 9·11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의미가 있다. 미 국방예산은 지난 10년간 계속 늘어났다. 미 역사상 가장 오랜 국방비 증액기간으로 기록된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국방부도 허리띠 졸라매기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국방부가 동참한다는 데 의미를 뒀다.

 게이츠 장관은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소련 관계 박사학위를 받은 뒤 중앙정보국(CIA)에서 초급 분석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 대통령 시절이던 1991~93년 CIA 국장을 지냈다. 2006년 말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정부의 두 번째 국방장관으로 임명됐고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유임돼 지금까지 재직 중이다.

 장관 취임 4년을 맞은 게이츠는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 도널드 럼즈펠드, 캐스퍼 와인버거, 찰스 윌슨을 제외하면 역대 22명의 국방장관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펜타곤 수장을 맡고 있다.

수렁에 빠져들던 이라크 전쟁을 안정권으로 되돌리고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전략 토대를 제공한 ‘전쟁의 남자’다. 미군 지휘부의 안일하고 방만한 근무 태도와 고비용·저효율의 무기체계를 뜯어고쳐 베트남전을 지휘한 맥나마라 국방장관 이후 가장 강력한 국방장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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