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눈물은‘생화학 무기’ 남자의 마음 약하게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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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울고 있는 여성에게 남성이 약해지는 이유는 뭘까? 비밀은 여성의 눈물 속에 숨어있었다. 감정에 복받쳐 흘리는 여성의 눈물에 남성의 성적 욕구나 공격성을 약화시키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6일(현지시간) 발간된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고 뉴욕 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이 전했다.

 연구를 이끈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 신경생리학자 노엄 소벨(Noam Sobel) 박사는 “눈물 속에 포함된 화학물질은 인간의 또 다른 언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슬픈 영화를 보여준 뒤 바로 여성의 눈물을 채취했다. 이어 소금물도 뺨에 흘린 뒤 다른 병에 모았다. 이렇게 모은 눈물과 소금물의 냄새를 20대 남성에게 맡게 한 뒤 여성 사진을 보여주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눈물 냄새를 맡았을 때 사진 속 여성이 섹시하다고 느낀 사람이 훨씬 적었다.

 남성의 침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눈물 냄새를 맡았을 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떨어진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까지 동원했다. 남성에게 눈물과 소금물 냄새를 맡게 한 뒤 ‘야한’ 영화인 ‘나인하프위크’를 보여주면서 MRI로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눈물 냄새를 맡았을 때 성적 욕구를 담당하는 뇌 부위의 활동량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다만 여성의 눈물이 남성의 동정심이나 슬픔을 자극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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