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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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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02면

날 지켜보고 격려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든든한 일일까요. 그것도 평소 가까이 가기조차 힘든, 존경해 마지않던 대스타라면. 하얼빈 출신인 중국의 신예 여류작가 쑹이거(宋易格·31)의 사연은 흥미롭습니다. 루쉰미술대학 시절부터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작가 쩡판즈(曾梵志·47·사진 오른쪽)를 좋아해 그의 전시가 열릴 때마다 베이징을 찾았다죠. 2008년 어느 날 식당에서 쩡판즈와 우연히 합석하게 됐는데, 대가 앞에서 차마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말은 못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심사위원으로서 어슷비슷한 수많은 젊은 작가의 작품에 지쳐있던 쩡판즈에게 한 작품이 벼락처럼 꽂혔습니다. 수소문 끝에 발견한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쑹이거.
그때부터 쩡판즈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2010년 10월 베이징에서의 첫 개인전(갤러리 아트미아)을 도왔죠. 쩡판즈와 절친인 아트미아의 진현미 대표는 갤러리현대의 도형태 대표에게 이를 알렸습니다. 그리하여 2011년 새해 벽두 한국에서의 개인전(7일~2월 6일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을 위해 이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한데 모였습니다.

6일 저녁 오프닝 행사에서 만난 쩡판즈는 쑹이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작품 수준이 매우 높고 여성작가라는 어려움도 잘 극복하고 있다”고 대견해했습니다.
그의 옆에 서는 것도 쑥스러워하던 쑹이거는 “(대가가 도와준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있지만 그런 부담이 작업을 할 수 있는 동력”이라고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어떻게 도와주느냐”는 질문에는 “항상 자신감을 갖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주 만나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혼자 작업하는 특성상 각자 자기 갈 길 가기 바쁜 미술계에서, 대선배가 후배를 ‘발굴’하고 ‘키워 주는’ 모습은 몹시도 훈훈하게 느껴졌습니다. 연일 몰아치는 강추위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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