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 직장에 여러 개 노조 땐 단체교섭 누가 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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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올해 7월부터 한 사업장에 여러 개의 노조가 허용된다. 이렇게 되면 노사 간, 노노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복수노조 업무 지침(매뉴얼)을 6일 내놨다. 그러나 사업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고용부조차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대로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용부의 업무 지침에 따르면 근로자가 2개 이상의 노조에 동시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이를 법으로 강제하면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자유의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노조가 자체 규약으로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또 유니언숍(입사하면 반드시 특정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를 탈퇴하면 회사가 해고하도록 하는 제도) 협정이 있더라도 근로자는 자유롭게 노조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입사하면서 A노조에 자동적으로 가입했더라도 새로 노조를 설립하거나 B노조로 옮길 수 있게 한 것이다. 다만, 조합을 탈퇴했다고 해서 기존에 몸담았던 노조를 상대로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는 없다.

 사측과 교섭을 할 때는 노조끼리 자율적으로 협의해서 사측과 교섭하기 14일 이전에 교섭창구를 반드시 단일화해야 한다. 금속노조와 같은 산별노조도 창구단일화 작업에 참여해야 한다. 다만 창구단일화 기간(14일) 동안 단일화하지 못하면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한 노조가 교섭대표 자격을 얻는다.

 문제는 상반기 중에 노사 교섭을 진행하다 6월 30일까지 타결하지 못했을 때다. 이런 가운데 7월 1일에 제2, 제3의 노조가 생기면 기존 노조가 그때까지 계속해 오던 노사 교섭을 접고, 신생노조와 협의해서 교섭창구를 단일화한 뒤 재교섭을 해야 하는가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지침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측이 모든 노조와 개별적으로 교섭할 경우 각 노조와 체결한 임단협 내용에 차이가 날 수 있다. 예컨대 A노조에는 임금을 3% 인상하는 대신 복지수준을 높이고, B노조에는 임금을 7% 인상하는 대신 복지수준을 낮추면 근로자는 어느 노조에 속했는지에 따라 임금과 복지 수준에 차이가 발생한다. 고용부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많은 사안은 분명하지만 정리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기찬 기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노조 간에 자율적으로 단일화한다. 만약 노조끼리 협의가 되지 않아 단일화에 실패하면 과반수 조합원을 가진 노조가 교섭대표 자격을 얻는다.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창구 단일화에 참여한 노조 중 10% 이상의 조합원을 가진 노조가 공동 교섭대표단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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