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FIFA 부회장 5선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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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60·사진)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5선에 실패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셰러턴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 FIFA 부회장 선거에서 알리 빈 알후세인 요르단 왕자에게 져 낙선했다. 총 투표수 45표 가운데 정몽준 명예회장은 20표를 얻는 데 그쳤고, 알후세인 왕자가 25표를 얻었다. 1994년 처음 FIFA 부회장에 당선된 정 명예회장은 이로써 FIFA 부회장과 집행위원 자격을 모두 잃었다.

 FIFA 부회장은 쿼터가 2명인 유럽을 제외하면 대륙별로 1명씩, 총 7명이 활동한다. FIFA 부회장은 FIFA 최고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24명) 자격을 갖는다. 월드컵 개최지 선정 등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집행위원 자리를 떠나게 된 정 명예회장은 그동안 국제축구계에서 굳건히 쌓아온 입지를 한꺼번에 상실했다. 한국의 축구외교력은 큰 타격을 입었다.

 정 명예회장은 “이슬람권 국가들은 단결한 반면 인접 국가부터 우리를 지지하는 나라가 많지 않았다”며 “인접국부터 신뢰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후세인 왕자는 요르단축구협회와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WAFF에는 이라크·요르단·레바논 등 13개국이 가입돼 있다. 정몽준 명예회장 측근들은 FIFA 부회장 낙선 후 진로에 대해 함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선 월드컵 유치 무산에 이은 두 번째 실패에 따라 그의 정치적 위상까지 흔들릴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친이계 수도권 의원은 “축구라는 ‘이벤트’로 대선주자 반열에까지 올랐었던 그에게서 상징성 하나가 떨어져 나간 것”이라며 “타격은 분명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서상기 의원은 “정치적으론 몰라도 국민적 이미지는 조금 나빠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으론 이번 실패가 정치에 전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 친이계 영남권 의원은 “국민이 ‘정몽준이 죽었다’고까진 느끼지 않을 것 같다”며 “이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보다 ‘정몽준 의원’으로 불리는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도 월드컵 유치에 전념하느라 6·2 지방선거 후 당권에도 도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정치가 그에게 외길이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치혁·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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