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가꿔 … 토끼해 대박 꿈 부푼 ‘별주부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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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 ‘별주부 마을’ 주민들이 참취나물을 수확하고 있다(위 사진). 원청리 해변에 세워진 토끼와 거북이 조각상. [태안군청 제공]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에는 이색적인 지명이 많다. ‘용새골’ ‘묘샘’ ‘노루미재’ ‘자라바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후기 우화소설인 ‘별주부전(鼈主簿傳)’에 등장하는 지명과 똑같다. 별주부전에서 ‘용새골’은 자라가 용왕의 명을 받고 토끼의 생간을 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육지에 올라온 곳이다. 또 ‘묘샘’은 유혹에 넘어간 토끼가 자라의 등에 업혀 수궁으로 들어간 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간을 떼어 두고 온 장소다. ‘노루재미’는 구사일생으로 육지에 돌아온 토끼가 “간을 빼놓고 다니는 짐승이 어디 있느냐”고 별주부(자라)를 놀린 뒤 사라진 곳으로 전해진다. 특히 별주부마을을 대표하는 것은 원청리 해변의 ‘자라바위’다. 해변과 이어진 자라바위는 자라가 뭍으로 기어오르는 모양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원청리를 ‘별주부마을’로 부른다. 신묘년 ‘토끼의 해’에 별주부마을이 뛰고 있다. 토끼 마케팅으로 농촌관광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준비는 일찌감치 시작됐다. 2003년 12월 자라바위 앞 ‘별주부전 유래비’를 비롯,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지명이 전해지는 6곳에 지명소개를 담은 안내석을 설치했다. 지역 특산물인 참취나물 등은 ‘별주부마을’이란 브랜드를 붙여 판다. 참취는 토끼가 좋아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주민 김종욱씨는 “예로부터 원청리 노루미재 부근에서 참취나물이 많이 자랐다”고 말했다. 이 마을 50여 농가는 해마다 참취를 재배, 1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원청리 마을 주민들은 별주부마을 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2006년부터 마을 앞바다에 있는 9개 독살(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전통 어로방식)을 복원해 체험관광코스로 운영 중이다. 전통어구로 물고기를 잡는 어살문화축제도 연다. 이 같은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지난해에만 별주부마을에는 관광객 6만여 명이 찾았다.

 별주부마을이 토끼의 해에 관광 인프라를 확충한다. 별주부마을 운영위원회 김종엽 위원장은 “올해는 별주부마을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주민 천체가 힘을 모아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안군과 주민들은 올해 상반기 안에 4000만원을 들여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묘샘(옹달샘)을 만들기로 했다. 가로·세로 5m 크기의 옹달샘을 만들어 별주부전의 무대를 실감나게 꾸민다는 방침이다.

 또 갯벌에 염전체험장도 만든다. 여기에는 사업비 5000여만원이 투입된다. 소달구지를 이용해 마을의 소나무 숲과 바닷가를 돌아볼 수 있는 ‘달구지 여행코스’도 개발하기로 했다.

 농가소득증대사업도 추진한다. 1억원을 들여 참취나물 포장시설을 설치한다. 어족자원에 피해를 주는 불가사리 퇴비화 시설도 만든다. 별주부마을 운영위원회 조창환(44) 총무는 “지붕을 빨간색 등 원색으로 색칠해 관광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태안군청 김영석 농촌개발 담당은 “별주부마을은 태안의 대표 관광상품 가운데 하나”라며 “관광활성화를 위해 군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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