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웅 “곽노현 체벌금지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장석웅 전교조 신임 위원장이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비판만 해왔던 것은 잘못이다”고 말했다. [안성식 기자]


장석웅(55)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신임 위원장은 5일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체벌 전면금지를 전격적으로 시행해 교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1일 임기 2년의 전교조 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본지와의 첫 단독 인터뷰에서 “‘오장풍’ 교사 파문 직후 곽 교육감이 교사들에게 대비할 기간도 주지 않고 체벌금지를 도입하는 바람에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위원장이 친전교조 성향인 곽 교육감의 정책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장 위원장은 “전교조가 정부의 교육 정책에 비판만 했던 것은 잘못”이라며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않고 이념에 따라 핵심 운동가들이 활동을 결정해 지지도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보(친전교조) 교육감의 등장으로 전교조가 교육의 주류가 되는 시기가 시작됐다. 진보 교육감이 정책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탁 기자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인터뷰]
“솔직히 교사가 학원 못 당한다”

-곽노현 교육감의 체벌 전면 금지로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애로를 호소한다.

 “교사 생활을 30년 했다. 나도 문제 아이들은 자장면을 함께 먹고 낚시도 가서 도닥인다. 때로는 한 대씩 두드려 패기도 하고 소통한다. 체벌은 물론 금지해야 한다. 하지만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다. 이 사안을 일부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다.”

-2003년 9만4000명이던 조합원 수가 지난해 6만1000명까지 줄었다.

 “정부 탄압이 첫 번째 이유다. 하지만 내부에도 문제가 있었다. 우리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은 전교조가 이익과 권리 투쟁을 한다고 봤다. 그래서 지지가 낮아졌고 조합원이 이탈했다. 정부 정책에 반대와 비판만 했지 교육 의제를 주도하지 못한 것도 쇠퇴의 원인이다.”

 -어떤 활동에 문제가 있었나.

 “교원평가 반대 투쟁이 대표적이다. 국민은 교사가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이미 근무평정 등 평가를 받고 있어 반대했다. 결국 국민과 싸우는 꼴이 됐다. 필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전교조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에 올인했던 것도 패착이었다고 했다. "그 바람에 교육개혁을 실현할 기회를 놓쳤는데 뼈아픈 반면교사”라고도 했다. 하지만 친전교조 교육감이 6명이나 나와 국면이 바뀌었다고 했다. 전교조가 이념 아닌 교육 대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수준별 수업 등 정부 정책에는 반대했다.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을 스스로 공개할 용의는 없나.

 “보수적인 지역에서 조합원이 위축될 수 있어서 전교조 스스로 공개하지 않았다. 논의해봐야겠지만 나는 공개해도 자신 있다고 본다.”

 장석웅 전교조 신임 위원장은 전교생이 19명인 전남 남평중 다도분교의 사회교사 출신이다. 그는 “나는 교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 그는 민감한 내용에 답변한 후 배석한 동훈찬 전 정책실장에게 “어때요. 잘했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올해 교육 정국을 예상한다면.

 “지난해 12월 실시될 예정이던 중 1, 2학년 전국단위 학업성취도평가가 6개 진보교육감 지역에선 실시되지 않았다. 진보교육감들이 올해는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중앙정부와 친전교조 교육감이 충돌하면서 학생 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낡은 관행이나 기득권과 새로운 정책이 충돌하는 과도기적인 혼란인데 불가피하다. 결국 진보교육감의 정책이 대세가 될 것이다.”

 -교원의 정치 참여를 주장하는데.

 “ 대선이나 총선 때 특정 정당이나 후보 지지는 안 한다. 민노당 가입과 관련해 전교조가 엄청난 수업료를 치렀다. 시국선언 같은 행위도 신중해야 한다.”

 -학력 향상을 위한 경쟁을 외면하고 평준화만 강조해 외면받는 건 아닌가.

 “솔직히 교사가 학원을 못 당한다. 학원은 생존권 경쟁이 치열하다. 교사도 그렇게 할 조건이 필요하다. 임용고시 통해 훌륭한 인재가 오는데 제 역할을 못한다. 교사의 창의성을 살려주고 학력과 인성을 모두 길러줄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교사들 사기가 떨어져 있다. ”

글=김성탁·김민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