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로 피해 입은 상인 배상 못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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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촛불집회 영업 피해 소송’을 낸 광화문 상인들이 배상을 못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부장 김정원)는 5일 “2008년 5~7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불법 촛불집회로 인해 18억4300만원의 물질적·정신적 손해를 봤다”며 집회 장소였던 광화문 일대 상인 172명이 ‘광우병 대책회의’ 등 집회를 주최한 시민단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소마다 매출 감소율이 다르고 일부는 전년도보다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며 “소비자 기호 변화나 사회경제적 상황 등 다른 원인 없이 오로지 시위만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위와 매출 감소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물건 파손 등) 직접 손해가 아니라 간접적인 손해는 가해자가 손해를 예상했을 경우에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시위 당시 상인들에게 영업상 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시민단체들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불법으로 시위를 했기 때문에 매출 감소 등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집시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공공의 안녕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인근 상인들의 영업상 손실처럼 개개인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집시법 규정을 위반해 시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상인들에게 손해배상을 할 책임은 없다”고 덧붙였다. 시위 자체의 불법성만으로는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만큼 위법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국가를 상대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졸속 협상으로 촛불시위를 유발시켰고 시위대를 막기 위해 차벽을 설치하고 통행을 막아 영업에 지장을 초래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가의 조치는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상인들의 변호를 맡은 ‘시민과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이헌 공동대표는 “집시법에는 공공의 안녕이라는 포괄적 의미가 포함돼 있는데 재판부가 법 취지를 좁게 해석했다”고 말했다.

구희령·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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