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앤엘바이오 줄기세포 치료는 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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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 기업인 알앤엘바이오가 정부 허가를 받지 않은 성체 줄기세포 치료제를 불법으로 시술하다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제조·판매한 알앤엘바이오와 이 회사 약을 환자에게 시술한 가산베데스다의원 등 5개 의료기관을 4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발표했다. 또 의약품 제조 기준을 위반한 혐의로 알앤엘바이오에 대해 3개월 임상시험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이 회사 줄기세포 치료제를 맞고 두 명의 환자가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식약청과 합동으로 조사를 벌여왔다. 사망 관련 여부는 조사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알앤엘바이오가 2007~2010년 8000여 명에게 1인당 1000만~3000만원을 받고 지방 줄기세포를 채취·배양해 시술을 의뢰한 것으로 추정했다. 50명을 전화 조사했는데 3명은 국내에서, 20여 명은 해외(일본)에서 시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응답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약을 시판하려면 ‘동물실험-인체 임상시험-의약품 허가’로 이어지는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알앤엘바이오는 의약품 시판 허가를 받지 않고 제조·판매했다는 것이다. 복지부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은 “알앤엘바이오는 세 종류의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며 “이들 치료제는 임상시험 대상자에게만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데 일반 환자에게 돈을 받고 팔았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말했다.

 알앤엘바이오 김주선 이사는 “줄기세포 채취·배양·보관을 하면서 대가를 받은 것이고, 환자가 자신의 줄기세포를 병원에 가서 시술받았기 때문에 시술 행위 자체는 우리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 치료제가 불법으로 몰린 이유는 또 있다. 의사가 환자의 지방이나 태반 등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그 상태로 주입하면 의사의 일상적인 의료행위가 돼 문제될 게 없다. 지방 1㏄에서 100만 개의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는데 이것으로는 치료효과가 별로 없어 그 양을 20~50배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실험실에서 배양을 해야 한다. 다만 배양한 줄기세포 치료제의 위험성이 확실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위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돌다리를 두드리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청 신준수 사무관은 “각종 감염 위험이 있는 데다 암을 유발할 수도 있어 배양 과정을 거치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의약품과 같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실험에서 의약품 허가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현재 19개의 성체줄기세포 치료제가 식약청 허가를 받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최종 관문을 통과한 약이 없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2005년 6월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아직까지 시험 중인 약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줄기세포 연구자들의 의욕과 도전정신이 사그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치료법이 없는 희소병이나 난치병 환자의 희망을 꺾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이런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제를 쓸 때 임상시험 절차를 완화하자는 내용을 담은 두 개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차병원그룹 정형민 소장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안전을 담보해야 환자를 보호할 수 있다”며 “줄기세포 연구 전반이 위축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알앤엘바이오=줄기세포 보관과 치료제 개발 등을 하는 회사다. 2005년 10월 줄기세포 열풍을 타고 액면가 100원짜리 주식이 2만8500원까지(285배) 오르며 ‘바이오 황제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당기순이익을 낸 적이 없을 정도로 실적은 부진하다. 지난해는 매출 466억원에 1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실적 부진으로 2005년 고점 이후 주가가 계속 떨어졌으며, 4일에는 하한가인 221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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