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의 선택은 신흥시장 맹주 인도·이집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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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윤증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해 첫 해외출장지로 인도와 이집트를 택했다. 그는 이달 15일부터 일주일 간 두 나라를 방문한다. 인도는 브릭스(BRICs)의 일원이고, 이집트는 아프리카의 거점국가다. 두 나라 모두 떠오르는 신흥시장의 중심지다.

 지난해 재정부는 인도를 제외한 모든 브릭스 국가와 장관급 회동을 했다. 인도와의 장관급 회동은 주요 20개국(G20) 회의 준비 등 바쁜 일정 탓에 성사되지 못했다가 이번에 일정이 잡혔다. 이집트와의 장관급 채널은 이번에 처음 가동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한·아프리카경제협력회의(KOAFEC·Korea Africa Economic Cooperation Conference)’ 이후 아프리카 국가와의 첫 장관급 경제협력 채널이 생긴 것이다. 이집트와는 고속철도·원전과 수자원 협력 등 양국 간의 관심사도 논의할 예정이다.

 경제장관 간의 만남을 편한 얘기 나누고 기념사진 찍는 외교 행사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해 7월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제9차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윤 장관은 중국 측에 삼성·LG의 중국 내 LCD 공장 설립 인가를 조속히 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이 특별한 이유 없이 한국 기업의 LCD 투자 승인을 미루고 있을 때였다. 당시 양국 실무선에선 투자 승인 등 논의하기 껄끄러운 이슈를 테이블에 올리지 말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윤 장관은 “장관끼리 그 정도 얘기도 못 하느냐”며 그 문제를 거론했다는 후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한국 기업의 LCD 공장 설립을 승인했다. 윤 장관은 G20 회의 소회를 밝히면서 외국 고위관료와 안면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게 경륜이자 경험이고 그래야 배짱도 쌓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신흥개도국과의 협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4.2%로 잡았다. 지난해(4.8%)보다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는 얘기다. 특히 선진국은 고용 부진과 재정여력 부족으로 완만한 성장세가 예상되는 반면 신흥개도국은 상대적으로 잘 나갈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의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도 요즘 뜨고 있다. 이른바 ‘경제 피라미드의 하층(BOP·base of the economic pyramid)’ 관련 산업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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