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원성진, 용궁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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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16강전>
○·저우루이양 5단 ●·원성진 9단

제13보(142∼158)=원성진 9단은 흑▲를 두어 놓고 이마에 밴 식은땀을 훔친다. 정말 위태로웠다. 백△가 먼저 이곳에 왔더라면 대마는 사망은 아니라도 중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원성진의 ‘용궁 탈출’은 저우루이양에겐 재앙이다. 우선 그는 흑▲의 강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참고도 1’ 백1로 잇는 수가 있어 불가하다고 봤다. 하지만 다시 보니 그게 아니다. 백1로 이으면 5까지 외길이고 8∼10까지도 필연이다. 초점은 10에 이었을 때 11의 응수가 필요한가, 아닌가다. 필요 없다면 백은 12 자리에 빵 따내 대마를 잡게 된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12를 당해 백이 망해 버린다. 저우루이양에게 불행이었지만 결론은 ‘필요하다’였다.

 결국 저우루이양은 142로 후퇴했고 흑은 143으로 탄력 있는 모습이 돼 생사를 낙관할 수 있게 됐다. 146 때 147로 가일수해 대마를 완생시킨 것은 정수. 이리하여 국면은 다시 흑이 앞서가는 형세로 변했다. 참고로 153, 155는 손해수 같지만 매우 기민한 수순. 원 9단의 이날 컨디션이 매우 좋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곳엔 백이 1, 3으로 넘는 끝내기가 있다. 그러나 실전처럼 끊어 두면 다른 수가 가능하다. 과연 그 수순은 무엇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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