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윤 … 300일 만에 코트로 돌아온 Mr. 빅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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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프로농구 SK의 방성윤(29·1m95㎝)이 돌아왔다. 방성윤은 새해 첫날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전자랜드와의 홈경기에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해 3월 7일 전자랜드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춘 지 300일 만의 경기 출전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방성윤은 부상 치료와 재활 훈련에 전념해 왔다. ‘방성윤 효과’는 없었다. SK는 72-91로 졌고, 방성윤은 12분 동안 한 점도 기록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현재 몸 상태는 70% 정도다. 좋은 동료들이 많기 때문에 패스 위주로 경기했다”고 말했지만 내용을 떠나 경기력이 돋보이지 않았다.

방성윤은 한때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꿈꾼 유망한 선수다. 대부분의 농구 전문가들이 대형 스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휘문고·연세대를 거치는 동안 ‘허재의 테크닉과 현주엽의 파워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농구팬들은 허재의 테크닉도, 현주엽의 파워도 보지 못했다.

 3일 SK의 훈련장에서 방성윤을 인터뷰했다. 그는 첫 경기 내용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내가 돌아왔다고 팀이 특별하게 변하는 상황도 아니다 ”라고 말했다. 그의 복귀가 큰 힘이 될 것이라는 SK 구단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방성윤과 구단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의 골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방성윤은 지난해 자유계약(FA)선수 자격을 얻자 소속팀이 제시한 연봉 5억2000만원을 뿌리쳤다. SK는 방성윤의 해외 진출과 부상 치료, 재활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온 터여서 방성윤의 결정은 놀라움을 샀다. 그는 “돈은 얼마여도 상관없었다. 다른 팀에서 뛰고 싶었다”고 당시의 생각을 말했다. 그 이유가 특이했다.

 “구단과는 아무런 마찰이 없었다. SK에서 매년 부상이 반복되다 보니 팀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성윤에게는 ‘복귀가 기다려지는 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방성윤은 인연이 맞는 다른 팀에 가면 부상 없이 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SK와 계약하지 않은 방성윤을 원하는 구단이 없었다. 방성윤이 이적할 팀을 찾는 동안 SK는 또 한 명의 FA 선수인 모비스의 김효범과 계약했다. 방성윤은 갈 곳이 없어졌다. SK와 재계약할 수밖에 없었다. 연봉은 4억원에서 1억3000만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샐러리캡(한 구단의 선수 연봉 총액 상한) 때문에 SK가 방성윤에게 줄 수 있는 연봉은 그것뿐이었다.

 “부상당한 몸보다 가슴이 더 아팠습니다. 농구 선수를 하면서 모든 선수가 FA를 보고 선수생활을 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처도 많이 입고 힘들었습니다.”

 방성윤의 대답은 연봉 액수에 관계없이 무조건 다른 팀에서 부상 없이 뛰고 싶었다는 말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4억원에서 2억7000만원이 준 연봉이 프로선수 방성윤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을 수 있다. 인터뷰하는 동안 방성윤은 계속 ‘아프다’ ‘부상’을 키워드로 사용했다. 그는 자주 다쳤고 회복은 더뎠다.

 방성윤의 부상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시즌이 끝난 뒤 휴식과 체력 운동을 병행해야 할 시기에 NBA 진출을 추진하고, 미국 하부리그 경기를 뛰며 부상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방성윤에게 ‘부상의 책임 또한 본인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할 말이 없네요. 그런 것도 능력이라면 제가 부족한 거겠죠.”

 그는 재활을 하는 동안 농구를 포기하려는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시즌 개막 전 또 통증이 악화돼 뛸 수 없게 되자 농구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구만 하면 아팠다. 당시 고통은 나만 안다”며 고개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방성윤은 인기가 전만 못하다는 프로농구 시장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타로 꼽힌다. 그의 긴 침묵은 소속팀 SK(13승13패)에도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각오를 묻자 방성윤은 “여전히 발등 통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각오는 듣지 못했다.

용인=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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