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지시 100% 소화하는 한국 축구…창의성 20% 더해야 세계 수준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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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축구 감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스트라이커·미드필더·수비수·골키퍼 등 다양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지휘하며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조광래 감독은 한국 대표팀이 스페인처럼 짧은 패스로 빠르고 경쾌한 음색을 내는 팀을 만들고 싶어 한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포르투갈과 더불어 가장 브라질에 가까운 경기를 펼치는 팀으로 유명하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전지훈련 중인 축구대표팀에는 외국인 코치가 한 명 있다. 브라질 출신 가마(42·사진) 기술 코치다. 조 감독이 한국 축구에 스페인 음색을 불어넣기 위해 영입한 사람이다.

 지난해 12월 30일(한국시간) 만난 가마 코치는 “된장찌개와 닭백숙을 좋아한다. 제주도는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그는 2009년 조 감독과 브라질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고, 경남 FC에서 2년간 코치를 맡았다. 경남이 지난해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킨 건 조 감독이 가마라는 카드를 매우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이 가마 코치를 대표팀에 영입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가마 코치는 “한국 선수들은 감독이 지시하는 것은 100% 소화한다. 한국 선수만큼 경기에 진지하게 임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긍정적 평가지만 칭찬 속에 뼈가 있다. 그는 “하지만 그게 축구의 전부는 아니다. 세계 수준과 싸우기 위해서는 120%를 보여줘야 한다. 그 20%는 창의성이다. 스페인·브라질 등이 강팀인 이유는 다른 국가보다 20%를 더 갖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훈련 시간 중 가마가 전면에 나서서 지휘하는 시간은 시작 후 15분뿐이다. 짧은 스텝으로 이동하고 볼터치를 하면서 몸도 풀고 체력도 키우는 시간이다. 얼핏 보기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훈련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기술 축구가 시작된다는 것을 선수들은 잘 알고 있다. 윤빛가람은 “30초짜리 1세트로 진행하는 스텝 훈련도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난 경남에서 해본 경험이 있어 다행이다. 브라질 코치여서 기술적인 조언도 많이 해준다”고 했다.

 가마 코치는 대표팀 버스에서 늘 구석 자리에 앉는다. 튀는 것보다는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해 인정받는 한국식 정서를 영리하게 눈치챘다. 그는 “기성용·구자철·윤빛가람·유병수·지동원 등 정신력과 체력·투지·기술을 두루 갖춘 선수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들의 개인 능력이 향상되면 한국 축구도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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