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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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16강전>
○·저우루이양 5단 ●·원성진 9단

제12보(139~141)=백△ 두 개의 칼끝이 흑 대마를 겨냥하고 있다. 원성진 9단은 짙은 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판을 응시하고 있다. 좌하에서 폭식(?)을 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인가. 여기서 잠시 테이프를 뒤로 돌리면 백은 좌하 귀를 크게 살 수 있었는데도 모두 죽였다. 줄잡아 30집 크기. 이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얻은 것이 실리로는 아무 가치도 없는 백△ 두 수다. 저우루이양 5단이 필살의 의지를 다지는 건 당연하다.

 139로 뚫었는데 큰 실수다. 일단 한 눈을 확보하려는 마음이 앞섰다. 자신의 급소를 그대로 드러냈고 대마는 풍전등화가 됐다. 하지만 저우루이양의 칼끝(140)이 급소를 살짝 빗나갔다. ‘참고도1’ 백1의 곳이 치명적인 급소였다. 흑2, 4는 5까지 삶이 희미하다. 흑은 ‘참고도2’ 흑2로 두어 삶을 모색하겠지만 백은 3으로 다른 곳을 둔다. 흑은 A의 비참한 삶을 받아들여야 한다.

 140의 대실착 덕분에 원성진은 지옥 입구에서 되살아났다. 위기를 넘기자 비로소 141의 급소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격언 그대로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 이곳이 생사를 가르는 요소였다. 139도 이곳부터 두어야 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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