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시작해야 재수 성공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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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대입은 수시모집 미등록 인원의 추가모집이 가능해지고 인문계 수학에 미적분이 추가되는 등 변화가 많다. 재수를 고민하고 있는 수험생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 재수를 결정하기 전, 자신의 공부습관과 의지, 성적향상 가능성 등을 스스로 냉정하게 판단해봐야 한다. 이럴 때 재수에 성공한 선배들의 조언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신감을 가지고 길게 보는 자세 중요

이길조(22·서울대 자율전공 1)씨는 재수를 결정하면서 “1년의 긴 레이스를 어떻게 준비하냐”는 것이 고민이었다. 재수 1년은 고교 3년보다도 심리적체력적인 면에서 더 힘들고 긴 호흡이 필요할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공부환경, 학습법, 체력관리의 세 가지 측면에서 1년 계획을 세웠다. 먼저, 재수학원부터 등록했다. 집 근처로 거리가 가깝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강남의 유명 재수학원, 스타 강사가 아니라 ‘내 노력과 땀이 재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을 믿었다. 공부방법도 문제의 양에만 집착했던 고3 때의 학습법에서 벗어나 “공부의 깊이를 더하는 방법”으로 바꿨다. 문제를 풀 때 본인의 풀이와 해답의 해설을 비교해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지, 시험장에서 빠르게 떠오를 수 있는지를 체크해봤다.

“그전까진 몰랐는데 실제 비교해보니 많은 문제에서 내 풀이와 해답이 차이가 나더라고요. 어떤 것이 더 시험장에서 유용할까를 고민했죠.” 5월까지 이런 방법으로 한 문제집을 7번 반복해 풀었다. 이후 9월까지는 체력관리를 생각해 문제의 양을 줄이고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반복학습에 집중했다. 그 이후엔 다시 공부시간을 늘려 실전 모의고사 양을 늘렸다.

이씨는 “내 공부방법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오르지 않는 성적에 불안감과 조바심이 커지면 결국 수능까지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모의고사를 보면 실수로 틀린 것과 몰라서 틀린 문제를 구분해 정리했다. ‘내가 공부할 것이 이만큼 더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의지를 다졌다. “문제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공부해야 할 부분이 어딘지 눈에 보이면 불안감을 줄일 수 있어요. 이것만 극복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합니다.”

반수, 독하다는 소리 들을 만큼 냉정해져

김수경(21·여·서울대 인문계열 1)씨는 2009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가 반수를 결심했다. 1학기를 마친 뒤 곧바로 휴학을 하고 학원 근처 학사(사설 기숙사)에 들어갔다. 재수학원까지 통학할 수 있었지만 의지를 다지기 위한 스스로의 결단이었다. 재수생 사이에서 생활하며 스스로 긴장감을 유지하고 생활관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반수는 특히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가는 것이 힘들어요. 대학 친구, 유흥문화 등의 유혹을 뿌리치는게 정말 어렵죠.” 냉혈한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이미 맛본 대학 문화와 거리를 둬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반수를 고민하는 학생들은 등록학교의 1학년 일반휴학 유무를 미리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학 첫 학기부터 휴학 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1학년 내내 일반휴학이 불가능한 대학도 있다. 이에 따라 1년 공부계획이 바뀔 수 있다. 김씨는 1학기는 대학을 다녀야 했다. 처음부터 반수를 생각했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수능 공부계획을 세웠다. 1학기 중엔 주말 시간을 이용해 부족했던 수학공부에 매진했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만들어 본격적인 재수 생활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처럼 상황과 조건에 맞춰 유연한 계획이 필요하다. 일반휴학이 불가능할 때 무리하게 재수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 “돌아갈 대학이 있다는 점이 생활을 나태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반수의 유일한 장점이기도 해요. 대학 학점은 챙기면서 재수를 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수시모집 준비하되 수능까지 흔들리지 마라

“재수생도 수시모집 준비방법은 다르지 않아요. 수능 준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공부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2011학년도 서강대 2차 수시모집 일반전형에 합격한 강진석(22·서강대 경영학과 입학예정)씨는 “수시모집의 늪에 빠져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10여개 대학을 쫓아다니면서 논술면접 등에 시간을 허비하면 수능 공부리듬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합격가능성이 있는 몇 개 대학으로 압축해 필요한 준비만 하라는 것이다. 강씨는 논술전형을 준비하면서도 학원 강의는 듣지 않았다. 고3 때 들었던 강의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공부방법에 대한 감이 있으니 스스로 계획을 세워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이자는 취지다. 논술 기출문제를 꾸준히 풀면서 논술고사 한 달 전에 친구 4명과 함께 논술모임을 만들었다. 서로의 답안을 돌려보면서 각자의 논리를 설명하고 토론으로 이어갔다. 맞춤법띄어쓰기 등 세세한 글쓰기의 기술적인 요소보다는 자연스러운 논리 전개 훈련에 집중했다. 강씨는 “강의에만 의지하면 강사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친구들과 자연스러운 토론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이 내 논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렇게 논술 준비는 최소한으로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은 수능공부에 투자했다. 이때 반드시 하루에 소화해야 하는 양을 정했다.‘수학 50문제, 문학비문학 10지문 독해’라는 식으로 매일 아침 그날 공부량을 정하고 그것만큼은 반드시 채웠다. “공부목표는 눈에 보이는 양으로 정하는 것이 좋아요. 스스로 생활관리하기도 더 쉽습니다. 하루 분량을 다 채웠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힘든 재수생활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죠.”

[사진설명] 재수에 성공한 강진석·김수경·이길조(왼쪽부터)씨는 “재수는 미래를 건 나와의 싸움”이라며 “철저한 자기관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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