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키 크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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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은 키 성장에 필요한 영양·운동·숙면을 보충할 수 있는 적기다. 그러나 겨울에는 몸 안의 세포가 본능적으로 지방을 축적하는 데다 활동량이 부족해 키가 크는 대신 체중이 늘기 쉽다. 최근 한 임상결과에 따르면, 뚱뚱한 아이는 마른 아이보다 키 성장에 불리하다.

성장클리닉 전문 하이키한의원(대표원장 박승만) 의료진은 2008년 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성장 치료를 위해 내원한 8~15세 어린이 555명(남 91명, 여 464명)을 비만그룹과 마른 그룹으로 나눠 비교 연구했다. 이 결과, 비만 그룹은 성장을 촉진하는 인슐린양성장인자(IGF-1)가 299ng/mL에서 치료 후 389.7ng/mL로 30.3%, 마른그룹은 349.9ng/mL에서 418.2ng/mL로 19.5% 각각 증가했다. 호르몬농도 증가율만 보면 비만그룹이 마른그룹보다 더 높다. 그러나 실제 키는 마른그룹이 연평균 8.0㎝, 비만그룹은 7.2㎝ 자랐다.

박 원장은 “살이 찐 아이들의 IGF-1 농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이는 뚱뚱한 아이들이 키 성장에 불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비만인 경우 성장 관련 호르몬 농도가 증가하더라도 마른그룹보다 절대적인 수치가 작으므로 결과적으로 키 성장에서는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살은 빠지고 뼈대는 길어지는 성장치료 필요

‘살이 키로 간다’는 말처럼 실제로 키는 어느 정도의 체중 증가를 바탕으로 큰다. 한창 자랄 때는 옆으로 퍼진 다음 위로 자라는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 비만이 되면 키 성장에 방해가 된다. 비만이면서 1년에 4㎝ 이하로 자라는 경우 성장호르몬 분비가 적어 지방을 분해하지 못하고 키도 덜 자란다. 비만은 키가 크는 데 중요한 대퇴골과 무릎뼈, 정강이뼈에도 부담을 준다.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렙틴 호르몬이 증가해 성조숙증(성호르몬 분비가 1년 이상 비정상적으로 빨리 진행되는 것)이 나타나기도 한다. 성조숙증은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해 최종 키를 작게 한다. 따라서 비만인 아이들은 성장치료를 받더라도 체중조절을 위한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박 원장은 “외모에 신경 쓰느라 무조건 적게 먹어 살을 빼면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다”며 “지방은 빠지고 뼈대는 길어지는 성장치료와 식이요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식이요법은 ‘골라서’ 먹는 게 중요하다. 성장기에는 하루 2000㎎의 칼슘이 필요하다. 우유 1ℓ와 칼슘 보강 치즈 2장 정도다. 나머지는 하루 세 끼 음식에서 보충한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식품은 우유, 치즈, 요구르트, 살코기, 뼈째 먹는 생선, 콩, 녹색채소 등이다. 다만 조기성숙 가능성이 있다면 콩 음식은 하루 40g 이하로 먹는 게 좋다. 인스턴트·패스트푸드 식품, 탄산음료, 튀김 등은 키 성장에 방해가 된다. 알 종류(달걀·날치알 등), 새우, 오징어, 초콜릿, 사골국, 조개류, 내장(순대, 생선의 고니 등) 등은 성호르몬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이번 임상에서 마른그룹은 KI-180을 포함한 성장탕을, 비만그룹은 인진쑥과 율무를 추가한 감비성장탕을 처방했다. KI-180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 19종의 천연한약재에서 추출한 특허물질이다. 치료 후 뼈의 활성인자인 ALP 수치는 평균 7.7% 증가했다. 특히 1년 이상 치료한 경우 22.8% 늘어 치료 기간이 길수록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2011년 초 한의학국제학술대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박 원장은 “살이 찐 아이는 마른 아이보다 성장호르몬이 낮고 뼈 나이는 빠르게 진행돼 사춘기가 일찍 시작될 수 있지만 조기에 잘 관리한다면 충분히 키가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키는 크고 살은 안 찌는 식생활 8원칙

① 단백질이 풍부한 살코기 위주로 먹는다.
② 무지방 우유를 하루 3잔 이상 마신다.
③ 트랜스지방이 높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한다.
④ 식사 중에 국이나 물을 먹지 않는다.
⑤ 10번 이상 씹어 먹는다.
⑥ 야식이나 폭식을 하지 않는다.
⑦ 컴퓨터나 TV를 보면서 음식을 먹지 않는다.
⑧ 고기·밥·빵을 먹을 때 야채나 과일을 곁들인다.

▶ 도움말=하이키한의원 박승만 원장>

[사진설명] 살이 찐 아이는 마른 아이보다 키 성장에 불리하다. 키가 크려면 식이요법을 병행한 성장치료가 필요하다.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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