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벤처 (8) 고석태 케이씨텍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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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태 사장이 말하는 성공비결
비전을 크게 가져라
긍정적 사고를 가져라 (도전적 자세가 중요하다)
물건을 팔지 말고 너 자신을 팔아라 (신뢰가 중요하다)

이장우 교수가 보는 성공비결

시장을 파악한 후 제조업에 나섬 (오퍼 판매업을 통해 시장특성을 이해하고 고객 네트워크를 사전에 확보했음)
보수적인 자금관리 (불확실한 반도체 경기에 대응한 생존전략)
지속적인 학습의욕 (''스스로 겸손해야 발전한다''는 경영이념 아래 경영 아이디어를 외부로부터 모으고 지속적으로 내부에 적용시켜옴)

케이씨텍은 유망한 반도체장비 회사다. 그러나 아직 케이씨텍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지난 87년 반도체 설비와 부품을 수입, 판매하는 오퍼상에서 시작했다. 장사를 하면서 별 것도 아닌 제품을 ''노하우'' 라고 비싸게 받는데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93년 반도체 장비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독성 가스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가스 캐비넷과 웨이퍼를 세정하는 클리닝 시스템이 매출의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다. 제품에 따라 1대에 15억원이 넘는 것도 있다. 사업 타이밍이 좋아 해마다 공장 하나씩을 세웠고 외국기업과 4개의 합자회사도 설립했다. 환경오염을 줄이는 제품을 개발, 환경산업 분야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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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IMF 위기 때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던 것으로 들었다. 어떻게 극복했나?

"고생도 많이 했지만 IMF 위기가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잘 나갈 때 모아둔 자금 가운데 20억원 가량을 연구개발비로 과감히 투자했다. 그리고 40명 정도의 연구인력 가운데 대부분을 지난해 새로 뽑았다.

위기가 적절한 인원교체의 계기가 됐고 스톡옵션과 연봉제도 도입했다. 회사의 장기방향을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셈이다. 그 결과 이제는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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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씨텍의 부채비율은 낮은 편이다. 다만 자기자본 위주로 성장전략을 펼치다 보면 벤처의 특징인 폭발적 성장세가 둔화될 수도 있지 않나?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무차입 경영을 지향했다.부득이 빌린 정부개발자금을 빼곤 부채가 거의 없다. 현재 부채비율은 12% 수준이다. 고가장비를 만드는 업종 특성상 재고부담이 크고 현금 회수기간도 긴 편이다. 현금흐름상 부담을 언제나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반도체 경기는 매우 불안정한 편이다. 부채 부담이 높을 경우 자칫 흑자도산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유보자금을 넉넉히 확보한 뒤 나머지 돈으로 과감한 투자를 한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요즘 들어선 새로운 사업에 자금이 많이 들어갈 것으로 보여 유상증자와 전환사채의 발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자기 지분을 줄이더라도 차입경영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게 회사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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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씨텍이 세상에 나온지 12년이 넘었다. 업력에 비해 매출규모가 좀 적은 편이 아닌가? 또 이와 관련된 개인적 경영방침이나 철학은 무엇인가?

이미 말 했듯 자기자본 위주로 경영을 하다 보니 덩치를 못키운 것이 사실이다. 96년 3백6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지난해에는 1백8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는 2백8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사실 합작회사를 만들고 직접 경영하다 보니 회사의 전략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회사의 안정기조를 깨지 않는 범위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기술력이 있는 회사를 매수해 새로운 사업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또 수출비중이 올해 30%를 넘어선다. 3년전부터 시도한 미국 진출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어 올해 1천만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수준의 하이테크 기업으로 클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해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는 물론 회사 지분을 해외 파트너와 공유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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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재무관리 노하우가 있다면?

"자금담당 이사가 잘하고 있다. 특별한 노하우보다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도움도 청하는 편이다. 다만 지금까지 이익배당보다는 이익유보에 중점을 뒀고 이렇게 모아진 자금으로 다시 공장을 짓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식의 ''저축형'' 관리를 했다."

강한 조직 응집력을 끌어내기 위한 인사정책과 조직관리 방안은?

"대체로 솔선수범 하는 사장에게는 불만이 없는 편이다. 그리고 상하 신뢰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화의 창구를 언제나 열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초기에는 관련 대기업의 관리방식을 모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 모방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 우리 입장에 맞게 수정해 사용했다. 지금도 좋은 아이디어를 듣거나 떠오르면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이런 아이디어를 관리팀에 전달, 연구하도록 한다. 회사의 이익은 반드시 종업원들에게도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보통 7백%의 보너스와 함께 연말이익에 기준한 특별 보너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성과가 좋았을 때는 1천3백%의 보너스를 지급한 적도 있다. 케이시텍은 나의 인생이다. 나중에 평가받아도 부끄럼이 없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작지만 기술이 최고인 회사, 다니고 싶은 회사'' 라는 캐치프래이즈를 내걸고 기술과 복지를 근간으로 하는 인사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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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최고경영자가 가져야 할 자세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솔선수범과 투명경영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기업풍토에서는 복잡한 법규 때문에 본의 아니게 범법자도 될 수 있다.
고생하면서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것은 모든 벤처기업인들의 소망일 것이다. 이를 위해 투명경영은 꼭 필요하다. 우리 회사의 경우 구매 및 경리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부서일수록 사장의 간섭을 배제하고 원칙대로 결정하게 한다. 또한 3개월에 한번씩 모든 사원들을 대상으로 회사사정을 자세하게 브리핑한다."

내년 반도체 산업 전망과 대응전략은?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또한 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기회와 위협 요인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환경변화에 대해 신뢰경영과 공격적 제휴전략으로 맞서고자 한다. 우리는 L/C를 안 열고도 거래할 수 있을 정도로 외국회사와 좋은 신뢰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해외 전략적 파트너의 투자를 유치하거나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고려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제적 회사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

이것이 강하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장비 국산화율이 20-30%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케이씨텍은 반도체용 장비 소모품의 경우 원재료를 빼곤 1백% 국산화를 이뤘다.

또 가스공급장치는 30%, 세정장치는 60% 국산화에 이르고 있다. 케이씨텍은 지난 1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에칭공정에 사용되는 필수 소모품 가운데 하나인 실리콘 캐소드를 개발, 수입품의 절반 가격으로 국내시장에 공급했다. 또 실리콘 캐소드의 설계.제작과 관련된 각종 장비까지 국산화 했다.

이 제품과 관련, 기술특허 2종을 국내외에 출연중이다. 케이씨텍은 실리콘 캐소드 말고도 반도체용 에칭 장비에 부착되는 필수 소모품인 정전척 (ESC:Electrode Static Chuck) 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고가의 소모성 제품인 정전척은 기존 기계적 웨이퍼 고정장치보다 한단계 더 발전된 형태로 전기적 성능이 뛰어나면서 가격면에서 기존 수입품보다 30% 이상 싸 국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케이씨텍의 재무구조도 안정된 편이다.

반도체 사업은 특성상 경기순환적 요소를 안고 있어 호황과 침체국면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불안정한 사업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더구나 반도체 장비업계의 경기는 반도체 업체보다 6개월 또는 1년 정도 후행하는 종속적 환경을 갖고 있다. 여기에 장비 가격도 고가인 까닭에 생산에 묶이는 자금 규모가 크고, 대금회수에 걸리는 시간도 길기 마련이다.

이런 불리한 환경에서 사업을 하려면 반도체산업의 부침에 상관 없이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재무구조가 필요하다.

케이씨텍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부채비율 12.3%, 금융비용 부담률 2.0%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보율은 5백39.2%에 이를 정도로 재무구조가 튼튼하다. 또한 올 6월말 기준 2백억원 수준의 현금과 예금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사정도 좋다. 기업공개로 대규모 증자자금을 끌어들이고 내부유보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점은 고쳐라

케이씨텍은 국내 영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시장을 겨냥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하여 외국업체들과 합작사를 많이 설립하였다.

95년 재팬파이오닉스사와 반도체 가스정화기기 생산업체인 코리아파이오닉스사를 합작으로 설립했고, 같은 해 미국 어드밴스드 딜리버리 케미컬 시스템사와 합작하여 ADCS-Korea사를 설립했다.

또한 96년에는 반도체 제조용 카본제품 생산업체인 도카이카본코리아사를 설립했고, 97년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 현지 판매회사인 ''K.C.America-TECH''를 설립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국내 장비업체의 인지도가 낮고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여 현재까지 대폭적인 수출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케이씨텍도 이런 상황에서 해외영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해외판매 네트웍 구축을 지속적인 투자와 인지도 개선 노력이 절실한 과제이다.

성장전망 밝다

케이씨텍은 반도체 및 LCD시장의 호황에 따라 사업전망이 매우 밝다. 우선 올해 세계 반도체장비 시장은 지난해의 218억달러보다 9% 가량 증가한 238억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대비 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작년 말 전망치와 비교해 3%P가량 증가한 수치다. 앞으로도 2000년 281억달러 (전년대비 18.1% 증가) , 2001년 343억달러 (22.1%증가)에 달하는 등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DRAM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향후 수년간 계속해서 세계 시장을 주도해 국내 반도체장비업계도 호황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장비업계의 경기는 반도체업체보다 6개월에서 1년정도 후행한다.

따라서 반도체장비 시장은 반도체 업체들의 256M DRAM 생산설비 확충과 LCD (Liquid Crystal Display) , PDP (Plasma Display Panel) 등의 라인증설에 따라 올 하반기 이후 급속한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케이씨텍은 메모리 반도체 이외에도 LCD 및 PDP라인용 세정장비 (Wet Station) 도 공급함으로써 디스플레이 시장확대에 따른 시장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 회사는 기존 CRT모니터에서 LCD모니터로의 이행, 대형TV용 PDP시장의 증가, HDTV용 대형LCD시장의 형성 등에 힘입어 내수 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지로의 세정장비 수출이 더욱 활기를 띠며, 수출지역 다변화에 따른 외형성장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걸림돌도…

세계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 경기가 당분간 호황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케이씨텍의 반도체장비 사업은 근본적으로 반도체 경기싸이클에 반사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는 케이씨텍이 반도체장비 사업을 영위하는 한 지속적으로 안을 수 밖에 없는 리스크요인이다. 케이씨텍은 반도체장비 전문업체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반도체분야 이외의 사업분야로의 진출을 도모하여 반도체 경기 부침에 따른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사업위험요인을 사전에 예방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반도체장비 사업은 외국업체의 국내 진출과 더불어 국내업체간의 경쟁심화 등으로 인하여 산업의 경쟁이 점차 심화됨에 따라 수익이 저하되어 반도체장비 사업에 따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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