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은 유진, 펀드는 HMC … 지난해 최고의 ‘족집게’ 증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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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해 주식투자자들에게 종목 추천을 가장 잘한 곳은 유진투자증권, 펀드를 제일 잘 골라 준 곳은 HMC투자증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말부터 지난해 초 사이에 국내 증권사들이 추천한 ‘2010년 유망 종목·펀드’들의 실제 수익률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다. 개별 종목의 경우 10개 이상을 추천한 15개 증권사, 펀드는 5개 이상을 제시한 7개 증권사였다. 본지는 증권사별로 추천 종목들의 2010년 주가 등락률 평균치(단순 평균)와 펀드들의 수익률 평균을 각각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종목 추천에서는 한진해운 등 23개 종목을 추천한 유진투자증권이 평균 수익률 35.1%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 상승률(21.9%)을 13.2%포인트 웃도는 성적이다. LG화학·호남석유·한화케미칼 등 올해 주식시장 상승을 이끈 화학주,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해운주를 고른 게 주효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조병문 리서치센터장은 “2010년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기 회복 수혜주들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화학·해운주를 추천한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미국 경기 회복의 영향을 받아 정보기술(IT)주들의 실적 개선세와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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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투자증권 다음으로 종목 추천을 잘한 곳은 HMC투자증권(33.6%)과 KB투자증권(33.4%)이었다. 대형 증권사를 제치고 중소형사들이 1~3위를 차지한 것이다. 전체 15개사 중 추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돈 것은 모두 10개사였다.

 종목 추천 2위인 HMC투자증권은 펀드 쪽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현대차그룹리딩플러스’ 펀드(수익률 29.9%)와 NH-CA자산운용의 ‘1.5배 레버리지 인덱스 증권’(34.1%) 등 5개 펀드를 권유했으며, 평균 수익률은 25.2%에 이르렀다. 해외 주식형으로 HMC의 추천 명단에 오른 ‘블랙록 월드광업주’(24.7%)도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21%, 해외 주식형은 8%였다. 펀드 추천 분야 2, 3위는 대신증권(21.6%)과 동양종금증권(19.6%)이 차지했다.

 전반적으로 추천 펀드 수익률이 종목 수익률에 못미쳤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중국 본토 펀드와 브라질 펀드를 유망하다고 제시했던 게 수익률을 떨어뜨린 원인이다. 지난해 중국 본토 펀드는 긴축 우려로 인해 평균 4.3% 손실을 냈고, 브라질 펀드도 수익률이 4.1%에 그치는 등 부진했다.

 종목이든 펀드든 대체로 많은 증권사가 추천한 상품의 수익률이 좋았다. 개별 종목의 경우 5개 증권사 이상으로부터 선택을 받은 26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9%, 3개사 이상이 추천한 종목은 27.6%였고, 1개사만 추천한 종목은 19.4%에 그쳤다. 추천을 많이 받은 종목은 손실 위험도 뚝 떨어졌다. 5개사 이상이 추천한 26개 종목 중에 주가가 하락한 것은 4개(15.4%)뿐이었다.

그러나 1개사만 추천한 종목은 66개 중 27개(40.9%)가 손실을 냈다. 주가란 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유망하다고 하면 매수세가 몰려 주가 흐름도 대체로 좋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다수 추천 종목=고수익’이란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었다. 10개사가 추천한 포스코는 주가가 21.2% 하락했다.

여러 곳에서 추천을 받았다고 해서 그 한 종목만 찍지 말고 분산 투자를 해야 함을 보여 주는 사례다.

 펀드 역시 ‘다수 추천이 낫다’는 말이 통했다. 3곳 이상이 추천한 펀드들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24.5%, 1개사만 추천한 경우는 17.8%였다.

 본지는 올해 유망하다고 뽑힌 주식·펀드 내역도 들여다봤다. 개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14개사 추천), KB금융(11개사), 현대제철(10개사) 등을 많이 꼽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한국투자 한국의 힘’(5곳)과 ‘알리안츠 기업가치향상’(4곳)이, 해외 주식형으로는 ‘JP모간 천연자원’(5곳)과 ‘미래에셋 BRICs 업종대표’(4곳)가 몰표를 받았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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