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논리’에 빠진 중국, 다극 네트워크로 견제하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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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호 31면

다극화하는 새로운 세계체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현재의 세계지도를 G2(미국+중국)시대로 읽느냐, 아니면 다극체제로 읽느냐에 따라 우리의 국가전략은 확연히 달라진다.

세계를 미·중이 패권 다툼하는 G2 체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G2 용어의 수용을 극력 반대하는 중국 측도 “중국의 규모와 영향력은 세계무대에서 이미 입증됐다”며 외교부 대변인의 입을 통해 호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힘이 쇠퇴한다고 해서, 중국의 힘이 급격히 커졌다고 해서 쉽게 G2체제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G2의 관점에만 집착하면 너무 한반도식 세상읽기가 된다. 미국이 중심이던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에 미국은 자유통상의 원칙, 자유주의 법질서의 원칙 등 경기규칙을 정하고 게임의 강자로서 유리한 지위를 향유했다. 새로운 강자인 중국은 미국과 전혀 다른 문법 위에서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고 있다. 우리 영해 안에서 하는 군사훈련을 비난한 데 이어,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하고 폭력까지 휘두른 중국 어선·선원에 대한 법 집행 거부 등 주권적 사항을 건드리고 있다. 게임의 논리가 아닌 힘의 논리가 한·중 관계를 규정하려 한다. 한·중 관계를 양자 관계로만 보면 벌써 우리에게 일방적인 ‘냉정과 자제’를 강제하고 있는 중국을 상대할 수 없다.

세계는 다극체제로 진전하고 있다. 한·중 양자관계를 다자관계로 확대해서 보면 우리보다 월등히 우월한 중국의 힘은 단지 상대적일 뿐이다. 세계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러 가지 힘 가운데 하나인 ‘금융’ 부문에 대하여 필자는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과연 중국이 앞으로 20년 안에 세계의 금융허브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중국에 가깝거나 친중 성향을 가진 일부 금융전문가를 제외하면, 대답은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세계의 금융허브는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다고 해서, 또는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계로부터 ‘신뢰’를 받고, 세계로부터 ‘사랑’을 받는 경제외적 요소를 갖추어야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다극체제 안에서 우리나라가 펼쳐야 할 국가전략은 첫째로, 세계의 다극축을 점하고 있는 나라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둘째로, 우리가 보다 강해질 수 있는 우리의 발전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독일의 통일은 단순히 한 나라의 통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유럽의 통합을 의미하며, 세계 최초로 지역연합국가를 탄생시켰다.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중동국가의 힘, 경제대국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지역의 약진도 괄목할 만하다. 아프리카의 성장 가능성 또한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 이 밖에도 아시아에서 중국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인도, 유라시아 국가인 러시아가 중국의 만리장성에 가려 우리 시야에서 떠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이들 나라를 잘 활용해야 한다. 다자 관계에서는 힘의 우열보다도 복합네트워크가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인구만 보더라도 세계에서 소국이 아니다. 우리처럼 대국도 소국도 아닌 중간 정도의 나라는 다른 나라가 대체할 수 없는 독자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으로부터의 발전전략은 지금까지의 발전전략과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하드웨어 위주의 발전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제부터는 소프트웨어의 획기적 발전을 바탕으로 두 가지가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국가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완제품과 소재·부품산업 간의 균형발전이 가장 바람직하다.

산업과 금융 부문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노력해야 한다. 금융산업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하면 산업에서 형성한 국부가 금융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산업·금융 부문의 불균형 성장은 결국 우리나라 산업의 해외금융에 대한 의존성을 강화시키게 된다. 금융산업을 혁신해 산업 부문과 함께 성장하게 만드는 균형발전전략이 필요하다.

세계를 넓게 바라보며, 국가발전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할 때 우리는 급변하는 세계의 각축전에서 생존할 수 있다. 2011년이 새로운 국가전략을 시작하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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