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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100달러 시대 올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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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유신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

유가가 연일 상승하면서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요즘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유가를 예측하는 것은 마치 주가를 예측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어렵다. 일례로 2008년 5월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선을 돌파하자 당시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연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유가는 이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해 12월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졌다. 유가가 국가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러시아 정부도 매년 이듬해의 유가를 예측하지만 적중한 적은 거의 없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향후 유가의 향방을 매우 조심스럽게 전망하고자 한다. 향후의 유가는 현재보다 소폭 상승할 수는 있겠지만 2008년 7월 당시의 유가인 배럴당 140달러대까지는 치솟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원유의 수급상황이다. 유가의 결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인은 원유의 수요와 공급이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보유한 잉여생산능력은 유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유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면 OPEC가 잉여생산능력을 동원해 신속하게 원유를 추가로 생산함으로써 유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원유의 수급상황은 매우 양호한 편이다. 미국의 에너지정보국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OPEC가 보유한 잉여생산능력은 하루 평균 485만 배럴이다. 이 양은 2008년 1월 두바이유 가격이 처음으로 90달러 선을 돌파할 당시의 잉여생산능력인 하루 평균 136만 배럴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물론 잉여생산능력만을 단순 비교해 유가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잉여생산능력이 증가한 원인을 살펴보면 유가가 이른 시일 안에 급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00년대 초반 하루 평균 400만~500만 배럴에 달하던 잉여생산능력이 유가가 14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2008년 7월에 이르러 하루 평균 100만 배럴 이하를 하회(下廻)한 데는 세 가지 주요 요인이 있었다. 세계 원유 수요량의 증가, OPEC의 원유 생산능력 정체, OPEC 비(非)회원국의 원유 생산량 정체가 그것이다. 하지만 2008년 7월 상황이 바뀌었다. OPEC의 원유 생산능력과 OPEC 비회원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이 잉여생산능력의 증가로 이어졌다.

 둘째, 세계경제 상황이다. 2008년 12월 배럴당 30달러대까지 하락했던 유가가 6개월 후에 7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당시 OPEC의 주도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 알리 나이미는 “현재의 세계경제는 배럴당 75~80달러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논리를 현 시점에 적용해 보면 현재의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대로 치솟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세계경제는 많은 국가가 실시한 부양정책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경기회복이 배럴당 140달러라는 유가를 감당하는 것은 매우 버거워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적정 유가의 최고가를 배럴당 90달러로 책정한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유신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