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조 쓰고도 … 새만금 만경·동진강 수질 더 나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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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북 군산시와 부안군 사이에 세계에서 가장 긴 33㎞의 방조제를 쌓아 만든 새만금호(湖). 1991년 방조제 공사를 시작해 20년 만인 올 4월 완공됐다. 방조제 안쪽에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인 401㎢ 의 땅과 호수가 생겼다. 이 호수는 주변에 도시·공단·농지가 개발되고 나면 여기에 공급할 각종 용수를 담아두는 담수(민물)호가 돼야 하지만 여전히 바닷물이 드나드는 짠물 호수로 남아 있다.

 새만금 호수 상류에 자리 잡은 만경강과 동진강의 나쁜 수질 탓이다. 정부가 2001년부터 최근까지 두 강의 수질개선에 무려 1조1170억원을 투입했지만 수질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환경부에 따르면 만경강의 올 1~11월의 평균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수치는 12.9ppm이다. 농사에도 쓸 수 없을 정도인 6급수(매우 나쁨)다. 2000년 당시 평균치인 10.7ppm보다도 더 높아졌다. 동진강도 2000년 6.1ppm이었지만 올해는 7.2ppm이나 됐다. 간신히 농업용수로만 쓸 수 있는 4급수다.

 당초 2001년 환경부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와 관련, ‘아무런 수질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에 2012년 만경강의 COD가 10.46ppm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수질대책을 추진하면’ 3급수인 5.7ppm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1조원이 넘는 수질대책 예산을 쓰고도 현재 수질이 ‘무대책’보다 더 나빠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수처리장(28곳), 하수관(2543㎞) 설치 등에만 매달리고 정작 농경지나 도로, 축사 등에 쌓여 있다가 빗물에 씻겨 유입되는 오염물질 관리는 소홀히 한 게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환경부 새만금환경팀의 김용환 사무관은 “2001년 수질예측 때는 한우가 당시 9만5000마리에서 2012년 7만 마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2009년에 오히려 14만 마리로 늘었다”고 말했다.

 충남대 환경공학과 서동일 교수는 “수질예측이 잘 돼야 제대로 된 수질대책이 나올 수 있다”며 “정교하지 못한 수질예측으로 인해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국내에서는 데이터가 부족해 수질예측이 제대로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며 “한 번 수질예측을 한 다음에도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추가해 보완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환경부와 전북도는 수질개선 목표도 확실히 정하지 않은 채 2020년까지 3조원을 더 쏟아붓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0년까지 진행될 새만금 내부개발 투자비 중 수질개선에 배정된 돈이다. 만경강 오염의 주범인 익산시 왕궁면 축산단지를 옮기고 하수처리장에 질소·인 제거 시설을 추가하는 데 쓸 예정이다. 하지만 새만금호가 담수호로 바뀔 가능성은 희박할 전망이다. 김 사무관은 “3조원을 투자하면 만경강은 4급수로 개선할 수 있겠지만 이 물을 모아서 새만금 호수를 도시개발에 필요한 3급수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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