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상 vs 문책 … MK의 선택현대건설 향방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포상이냐, 문책이냐. 정몽구(얼굴)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선택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8일 역대 최대 규모인 309명의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했다. 하지만 부회장·사장·부사장 등 고위층 인사는 이번에 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이 전무급 이하 승진 인사를 먼저 하고, 부사장 이상을 미룬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과 정석수 현대모비스 부회장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부사장 승진자도 7명 나왔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에 고위직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부사장급 이상에 대한 인사가 늦춰진 것이 이례적인 일인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선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상황 등 큰 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크며, 현대건설 인수전이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9월 기아차의 이형근 해외영업기획·마케팅담당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필요할 경우 수시로 인사를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전 말고는 딱히 현대차그룹이 고위직에 대한 인사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더 많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460만 대 정도를 팔았던 현대·기아차가 올해는 지난달에 이미 520만 대를 훌쩍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고, 다른 계열사도 현대제철이 고로(高爐) 2기를 연달아 가동해 연간 조강 능력을 800만t 늘리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에 의해 인수 자격을 박탈당한 현대그룹이 낸 양해각서(MOU) 효력 인정 가처분 신청에 대해 내년 1월 4일 전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은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건설 인수가 가능해지면 현대건설 경영진을 포함한 승진 인사를, 현대건설 인수가 어려워지면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선하·강병철 기자

▶ 2010 중앙일보 올해의 뉴스, 인물 투표하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