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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 현장을 점검해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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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철근
사회부문 차장

“2011년 정부 예산에 결식아동의 방학 중 급식 지원이 한 푼도 없다고 합니다. 이미 지자체로 이양됐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지자체의 재정상태가 좋다면 걱정할 일이 아니겠지만 우리 구의 자립도가 높은 편은 아닌 것 같아서요. 표 얻기 공약으로 급식비 잘 내고 있던 일반 가정의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해준다고 떠들 게 아니라 정말 어려운 아이들에게 적어도 먹을거리 걱정은 안 하고 살게 해주는 것이 정치하는 분들이 할 일이 아닐까 싶네요.”

 서울 관악구에 사는 송재순씨가 구청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정치권의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이 결식아동의 방학 중 급식 예산까지 옮겨붙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한나라당 주도로 내년 예산안이 통과하자 “4대 강 예산 등을 챙기는 사이 결식아동 급식 등 서민 예산은 희생양이 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비난했다. 방학 중 아동급식 예산이 내년에 전부 삭제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부자 학생까지 밥을 공짜로 주기 위해 열을 올리면서 결식아동의 방학 중 급식 예산은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역들이 있다”고 맞섰다. 야당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지자체를 겨냥한 것이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야당 주장대로 올해 203억원이던 국비예산이 내년엔 잡혀 있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지자체에 주는 관련 교부금은 올해 2943억원에서 내년엔 3094억원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방학 중 아동급식 예산은 2005년 지방에 이양됐으며 국비예산은 지난해와 올해만 한시적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담당자들과 통화해 봐도 “결식아동 예산을 아예 없앤 것처럼 공격하는 야당의 태도는 지나치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결식아동에 대한 지원이 충분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우선 내년 방학 중 아동급식 예산은 3094억원으로 올해(3146억원)보다 줄었다. 지자체 교부금을 늘렸지만 국비 지원을 없앴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는데 예산을 삭감한다면 결국 급식의 질을 낮출 수밖에 없다.

 현재도 방학 중 아동급식비 지원 수준은 충분치 못한 상태다. 상당수 아이들은 한 끼당 3000~3500원의 상품권을 받는다. 점심때 5000원짜리 김치찌개를 사먹으면 저녁은 1000원짜리 김밥 한 줄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2005년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방학 중 결식아동에게 제공되는 도시락 사진이 인터넷에 퍼져 파문이 일었다. 모닝빵 한 개에 단무지와 메추리 알, 게맛살 몇 개 놓인 형편없는 도시락은 여론의 분노를 샀었다. 당시 도시락 단가는 2500원. 현재 상당수 지자체의 급식 지원단가가 3000원이니까 5년간 겨우 500원이 오른 셈이다.

 무상급식 전면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정치적 입장에다 이데올로기까지 얽혀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무상급식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인들에게 제안을 하고 싶다. 결식아동 중 지원대상에서 빠진 아이들이 있는지, 이들에게 제공되는 식사의 질이 괜찮은지 현장을 점검해봐라. 그런 다음 한정된 예산을 갖고 지금 가장 우선 지원해야 할 곳이 어딘지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정철근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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