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View 파워스타일] 이 두 장의 카드, 어떤 게 클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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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최선인가’ ‘더 나은 건 없나’.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남자 주인공이 내뱉는 대사와 흡사한 질문들을 이희성(48) 인텔코리아 사장은 늘 자신에게 묻는다. “구태의연하게 머물다 보면 진보와 발전이 없어요. 늘 새로운 것을 꿈꿉니다.”

 인텔은 개인용 컴퓨터(PC)와 중대형 컴퓨터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다. 한국 지사인 인텔코리아는 이를 삼성·LG·TG 등 국내 PC 제조업체에 공급한다. 공급 물량의 80%가 해외 수출용에 탑재된다. 경제 회복에 힘입어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할리’ 타고 신제품 발표장에

다방면의 관심사가 그를 늘 새로운 데로 이끈다. 대학(서강대 전자공학과) 시절엔 연극에 빠져 지냈다. 배우 문성근, 탤런트 정한용을 배출한 서강연극회 출신. 대학 2학년 때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그 탓에 학점 2.0(만점 4.0)을 겨우 넘겨 졸업했다. ㈜금성을 거쳐 인텔코리아로 옮긴 뒤 입사 14년 만인 2005년 사장에 올랐다.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신제품 ‘듀얼 코어’ 출시 행사를 할 때였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사장과 함께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타고 행사장에 입장했다. 이 오토바이가 ‘듀얼 엔진’을 장착했다는 데 착안했다. 사장이 되면서 새겼던 각오를 다지기 위해 그때 썼던 헬멧②을 가까이에 둔다.

성탄절 파티에서 마술 공연

인텔에는 사장실이 없다. 이 사장도 직원들과 똑같은 크기의 책상, 똑같은 높이의 파티션 안에서 일한다. 그의 책상에는 한 직원이 퇴사하며 선물한 ‘매직 카드’①가 놓여 있다. 실제 똑같은 크기인 두 장의 카드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는 작고, 하나는 커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게 항상 진실은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 때는 직원들 앞에서 마술 공연을 한다. 재작년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을 것 같지 않은 상자 속에서 카드로 만든 트리 모양의 장식물 ③을 연달아 꺼내는 등의 마술을 선보였다. “마술은 사람을 속이는 것이지만, 통념을 뛰어넘어 사고하게끔 해준다”는 마술 예찬론을 편다.

해외 공항서 틈틈이 쇼핑

고객과의 미팅이 없으면 캐주얼한 차림으로 출근한다. 이날은 안경부터 발끝까지 브라운 색감을 살려서 입었다. 갈색 가죽 재킷과 베이지 면바지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이탈리아 브랜드인 제냐와 카날리를 좋아하는데, “단추 하나, 지퍼 하나에 신경 쓰는 세심한 마무리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다. 푸른색 캐시미어 스웨터는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샀다. 페라가모의 브라운 구두는 색깔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 세일까지 해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패션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냐고요? 아주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자기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는 된다고 봅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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