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허리띠 18㎝ 줄이고, 세계 1위 오른 이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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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타이거 우즈(미국)를 끌어내리고 골프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리 웨스트우드(37·잉글랜드)는 수다쟁이다.

 극도로 사생활을 중시하며 철의 장막 속에 살았고 물고기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노클링을 즐겼던 우즈와는 정반대다. 지난달 26일(한국시간)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한 달이 되지 않은 23일 현재 1351개의 메시지를 날렸다. 하루 30개꼴로 조잘대고 있다. 골프에 대한 식견도 보여주지만 사생활 얘기도 많다. 이런 식이다.

 “옷장 속에 들어있는 허리 44인치 XXL 바지는 어디 팔아 버리지 그래.” -이언 폴터.

 “44가 아니고 42인치거든.” -리 웨스트우드.

 동료인 이언 폴터가 뚱뚱했던 그의 과거를 놀려도 즐겁게 받아친다. 웨스트우드는 2000년 유러피언 투어 상금 1위에 오르고 세계랭킹에서도 4위까지 올라갔던 선수다. 그러나 너무 사람을 좋아했다. 골프계의 대표적 주당인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와 술집에서 자주 어울렸고 영국 북부의 탄광촌이었던 고향 워크솝을 떠나지 않고 마을 사람들과도 허물 없이 지냈다. 2001년 첫아들이 태어난 기쁨에 한동안 운동을 쉬었다. 그 결과 세계랭킹은 266위까지 떨어졌다. 다시 스윙을 하려고 했을 때 그는 너무 뚱뚱해져 있었다. 허리가 42인치였고 몸무게는 110㎏까지 불었다.

 2006년 독하게 살을 빼기 시작했다. 좋아하던 군것질을 끊었고 술도 확 줄였다. 올림픽에 나가는 역도 선수처럼 체육관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는 허리 둘레를 7인치(약 18㎝) 줄였다. 체지방을 35%에서 19%로 낮췄고 몸무게는 20㎏이 빠졌다.

 골프에선 살이 빠지면 거리가 줄어든다는 속설이 있다. 맞는 말이다. 무거운 사람이 공에 힘을 더 실어 멀리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쉽게 지치고 유연성과 지구력·순발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골프에 근육이 많으면 별로 좋지 않다는 말도 있지만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골프에 필요한 근육이 있어야 한다. 웨스트우드는 상·하체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키웠고 복근 운동에도 힘을 썼다.

 웨스트우드는 지난 10월 말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부상으로 뛰지 못한 올해 PGA 챔피언십을 제외한 지난 10개 메이저대회에서 2위 두 번, 3위 세 번의 성적을 냈는데 끝내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래서 “우즈의 슬럼프 덕을 봤다” “초단기 세계랭킹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부정적 전망과 달리 웨스트우드는 2위 타이거 우즈와의 간격을 더 벌리고 있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나서 나간 3개 대회에서 2위와 3위, 그리고 1위를 했다. 게다가 세계랭킹은 지난 2년간의 성적을 합산하는데 우즈는 지난 2년간 부상과 섹스 스캔들에 휘말려 대회 출전이 많지 않았고 성적도 그리 좋지 못했다. 웨스트우드가 롱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게리 플레이어는 웨스트우드의 정신력이 약하다는 지적에 “세계랭킹 4위가 266위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기는 더 어렵다”고 두둔했다.

 그는 세계랭킹 1위에 근접한 선수 중 가장 장타를 친다. 유러피언 투어의 기록상으로 2010년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294야드였는데 3번 우드 등으로 치는 일이 많아 실제로는 310야드 이상을 친다. 그는 “살을 빼고 거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의 강점은 장타이면서도 정교한 것이다. 2010년 페어웨이 적중률이 69.9%로 11위다. 드라이버를 멀리 치는 선수는 많지만 멀리 치면서 정확한 선수는 드물다. 웨스트우드는 정확도가 69.6%나 된다. 50% 선인 우즈에 크게 앞선다. 웨스트우드는 “근육들이 공을 멀리 똑바로 보내게 한다”면서 “내년에 메이저 대회 1~2개 대회에서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리 웨스트우드는 …

국적 : 잉글랜드

체격 : 1m83㎝, 89㎏

세계랭킹 1위, 유러피언 투어 20승

■ 성적

연도 허리 사이즈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

2005년 42 33위(US오픈)

2006년 42 29위(PGA 챔피언십)

몸 만들기 시작

2007년 ? 30위(마스터스)

2008년 ? 3위(US오픈)

2008년 35 3위(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

2009년 35 2위(마스터스, 브리티시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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