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나눔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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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게 되는 연말이다.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유용 사건으로 인해 싸늘해진 세밑 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도 한켠에서는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올 한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우리 동네 나눔활동을 소개한다.

장애우들에게 천사가 되어주세요

소리나는 장난감, 움직이는 차, 공주만화책,책가방. 롯데백화점 일산점 1층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화려한 장식 대신 소박한 소망 카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앤젤트리’로 불리는 이 트리에는 ‘나의 천사가되어 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에서 지내는 정신지체 장애우들의 이름(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름 일부만 공개), 나이, 성별, 받고 싶은 선물을 적은 80여장의 카드가 걸려 있다. 구세군 고양교회와 롯데백화점 일산점이 마련한 행사로, 지역민들이 카드에 적힌 선물을 준비하면 구세군측이 크리스마스 당일 해당 장애우에게 선물을 전달한다.

지난 12일 첫 번째 ‘천사’가 돼 선물을 준비한 신유정(34·일산동구 백석동)씨는 “헝겊인형을 받고 싶다고 적혀 있었는데 제대로 샀는지 모르겠다”며 “원하던 게 아니더라도 기쁘게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행사의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이주연(화정고1)양은 “선물을 사서 접수하는 게 번거로워서인지 관심만 보이고 그냥 가는 분들이 있다”며 “선물을 받지 못해 실망하는 장애우들이 없도록 더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는 24일 오후 8시까지.

한편 주엽동 그랜드백화점, 정발산동 롯데백화점 정문과 지하철 3호선 마두역·화정역, 화정 로데오거리 등 고양시 5곳에서는 24일까지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활동이 펼쳐진다.

책·연탈 배달하는 산타 돼볼까

“매년 빠트릴 수 없는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행사죠.” 주부 최윤정(41·일산동구 마두동)씨는 올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두 아들 현준수(초5)·은규(초1)군과 함께 이웃산타로 활동할 계획이다. 올해로 4년째. 이웃산타는 어린이도서관 책놀이터(031-967-8777)가 2005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오는 행사다. 24일까지 후원금 1만 원을 내면 누구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이웃산타가 될 수 있다. 선물은 주로 책과 학용품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에겐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를 준다. 첫 해 30명에서 매년 5명씩 늘다가 지난해엔 55명이 선물을 받았다. 올핸 60명에게 줄 예정.

이웃산타는 선물을 받는 어린이는 물론 보호자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활동해야 한다. “선물을 전달해야 할 집 주소와 마을지도만 들고 밤길을 헤매느라 힘들긴 하지만 선물을 집앞에 몰래 두고 오면 진짜 산타가 된 기분”이라는 최씨는 “용돈을 모아 참여하고 있는 두 아이도 뿌듯해 한다”고 전했다.

연탄을 나르는 산타도 있다. 고양평화청년회(회장 전민선·이하 고양청년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전달하는 ‘희망의 불씨 연탄 한 장’ 행사를 진행한다. 전 회장은 “단칸방에서 겨울을 나려면 500장 정도의 연탄이 필요하다”며 “사회단체 등을 통해 지원 받는 연탄은 1가구당 200~300장이어서 사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엔 미흡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고양청년회는 부족분을 채워주기 위해 1가구당 200~500장씩 10가구에 연탄을 전달할 예정이다. 연탄 구입 후 남는 모금액은 쌀·김치등 먹을거리와 생활필수품을 마련해 전달한다. 연탄 기부에 참여하고 싶다면 희망불씨 통장(우리은행 791-067311-18-811)으로 후원금(연탄 1장 500장)을 보내면 된다. 온라인(gyblueyear. cyworld.com)으로 참가 신청을 하면 24일 연탄을 직접 배달하는 몰래산타로도 활동할 수 있다.

[사진설명]지난 15일 시민들이 앤젤트리에 걸린 소망 카드를 보고 있다. 카드에는 지역 내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받고 싶어하는 선물이 적혀있다.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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