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척추도 늙는다 … 급증하는 척추관협착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척수관이 눌리면 견디기 힘든 통증이 발생한다. 수술없이 얇은 카테터를 삽입해 약물을 주입하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고도일병원 제공]


충북 충주에 사는 송영호(50·가명)씨. 지난해 말부터 허리에 통증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약국에서 파스를 사다 붙이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게 화근이었다. 최근 갑자기 심해진 요통이 엉덩이와 다리로 내려가 발끝까지 저렸다. 결국 걷기조차 힘들어져 부축을 받고 척추전문병원을 찾았다. 병명은 허리뼈(요추)에 생긴 ‘다발성 척추관 협착증’이었다.

디스크 돌출이나 노화로 신경 압박해 아픈 것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의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척추뼈 안에는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있다. 디스크나 노화로 인대가 두꺼워지거나 뼈가 자라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한다.

 걸을 때, 또는 허리를 펴면 엉덩이와 다리를 따라 통증이 내려가 앉았다 걸었다를 반복한다. 밤에는 종아리가 많이 아프고 발끝이 저려 수면의 질도 낮아진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으면 눌렸던 척추관이 넓어져 통증이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특징.

 고도일병원 고도일 대표원장은 “척추관 협착증은 요추(허리뼈)에 자주 발생한다”며 “요추 척추관 협착증은 한 곳, 또는 동시다발(요추 다발성 척추관 협착증)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절개 수술법은 전신마취가 부담

요추 다발성 척추관 협착증의 치료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통증이 있는 부위를 절개해 금속기구를 고정해 좁아진 척추관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수술 부위가 넓어 부담이 크다. 그 때문에 제때 치료받지 않고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도 있다.

 또 하나는 직경 1㎜의 초소형 특수 카테터를 이용해 통증 부위에 치료제를 직접 주입하는 ‘경막외 감압신경성형술’이다. 경막은 척추관 안에서 신경이 지나가는 길이다.

 카테터는 피부 마취를 통해 엉덩이뼈 부위로 삽입한다. 척추관 유착 지점에 도착한 카테터는 눌려 있는 척추신경을 박리한다. 이어 유착을 녹이는 효소제를 이용해 화학적으로 2차 박리한 뒤 신경 염증과 부종을 치료하는 약제를 주입한다.

 고도일 병원장은 “수술이 필요 없고(무수술), 시술 시 통증이 거의 없으며(무통증), 전신마취가 필요없다(무마취)”며 “또 흉터와 출혈도 없고(무흉터·무출혈),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무입원) ‘6무 시술’”이라고 말했다.

통증 3년 이상 된 환자에게도 효과

최근 경막외 감압신경성형술이 요추 다발성 척추관 협착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고도일병원이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경막외 신경감압술 시술을 받은 요추 척추관 협착증 환자 230명을 치료하고, 1년간 추적 관찰했다. 이 중 125명은 다발성이었다.

 설문과 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통한 치료효과 조사 결과 모든 환자의 통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술 전 통증과 비교해 5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이 시술 1개월 후 63%, 3개월 후 76%, 6개월 후에는 80%로 증가했다. 특히 다발성 환자들의 증상 호전도가 더 좋은 것으로 분석됐다.

 통증을 겪은 기간이 긴 환자에게도 효과적이었다. 통증이 36개월 이상 지속한 환자 60명과 36개월 미만인 환자 170명의 시술효과를 비교한 결과 큰 차이가 없었다.

 고도일 대표원장은 “척추관 협착증으로 다리마비, 대소변 조절장애, 6개월간의 치료에도 통증이 극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우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