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가 열전] 존 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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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베리(66) 는 영국 요크 출신으로 영화관을 경영하는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9세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할리우드 황금기 시절의 영화에 흐르는 미클로스 로자. 에릭 콘골드 등의 음악을 들으면서 성장했다.

아방가르드 음악을 추구하다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닥쳐 생계를 위해 영화음악으로 눈길을 돌린 많은 작곡가들과는 달리 어릴 때부터 영화음악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55년 록그룹 '존 배리 세븐'을 결성한 그는 EMI레코드에 입사, 당시 무명이었던 클리프 리처드의 음악감독을 맡아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았고,가수 애덤 페이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비트 걸〉 (59년)의 음악을 맡아 영화계에 데뷔했다.

존 배리의 출세작은 뭐니뭐니 해도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첫편 〈닥터 노〉 (62년). 007시리즈 17편 중 무려 11편을 작곡했다.

〈닥터 노〉는 영화음악사에서 사운드트랙 앨범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획기적인 작품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테마가 몬티 노먼의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배리가 가장 아끼는 007 시리즈는 〈007 골드핑거〉 (64년).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현악기와 호른 합주의 배합. 뉴욕의 뒷골목 얘기를 다룬 〈미드나잇 카우보이〉 (69년)에서 신시사이저를 약간 사용하기는 하지만 바탕에는 언제나 오케스트라가 깔린다.

아무리 바빠도 사운드트랙을 녹음할 때 절대 남에게 지휘봉을 맡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도 유명했다.

89년 건강음료를 잘못 마시고 건강이 악화돼 최근 연간 1~2편으로 작업량을 줄였다.

〈야성의 엘자〉 (66년)로 아카데미 영화음악상. 주제가상을 수상한 그는 이 영화를 위해 아프리카에 가서 원주민들의 토속악기에서 메마른 아프리카의 대지를 표현해낼 수 있는 강렬한 비트를 얻어냈다.

〈헨리 2세와 엘리노 여왕〉 (68년)을 비롯, 전세계적으로 사운드트랙 앨범이 1백만장이 팔려나간 〈늑대와 함께 춤을〉 (80년), 판매고 40만장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 (85년) 등도 그에게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작품. 이밖에도 해리슨 포드 주연의 멜로 〈하노버 스트리트〉 (79년), 색소폰 독주가 일품인 미스터리물 〈보디 히트〉 (81년) 〈카튼 클럽〉 (84년) 〈주홍글씨〉 (95년) 〈스페셜리스트〉 (94년) 등이 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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