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케네디 군부는 전쟁을 열망하고, 그는 평화에 목숨 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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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케네디와

말할 수 없는 진실

제임스 더글러스 지음

송설희·엄자현 옮김

말글빛냄

804쪽, 3만5000원

아이젠하워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군·산 복합체의 막강 파워가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휘한 2차대전의 영웅, 가장 성공적으로 재임했던 공화당 대통령 중의 한 사람이, 왜 자신을 키워낸 입신의 기반을 경고하는 발언으로 대통령 고별사를 남긴 걸까. 아이젠하워는 자신의 후임이 당면할 비극적 운명을 예견했던 것일까. 그 후임은 케네디였다.

 케네디는 훈장까지 받은 2차대전의 ‘젊은 영웅’이었지만, 전쟁보다는 평화를 지키는 데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으며 변모해 간다.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배치한 미사일로 인해 미·소 핵전쟁이 일촉즉발의 상황이 됐을 때, 그는 전쟁을 열망하는 장군들에게 홀로 맞섰다.

결국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극적인 양보를 받아내 파멸적인 충돌을 피했다. 당시는 미 군부와 CIA가 공산권에 대한 선제 핵공격을 공공연히 주장하던 시기였다. 때마침 소련이 알아서 차려 준 그 입맛 맞는 밥상을 걷어찬 미국의 대통령. 군·산 복합체라는 어둠의 권력은 그 케네디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1992년 러시아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30년 전의 미사일 위기 당시 쿠바 주둔 소련군은 162발의 핵탄두를 장착해 놓았다고 한다. 케네디 정부의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는 “당시에는 미군의 쿠바 공습이 가져올 결과를 잘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다. 완전한 재앙으로 끝났을 것이다”고 술회한다.

 “케네디는 자신의 죽음에 미소를 지음으로써 거침없이 다른 사람의 죽음에 저항할 수 있었다.” 미국의 저명한 가톨릭 신학자이자 평화 운동가인 저자의 평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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