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포스터 (David Foster) 〈Rechordings〉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국의 대중 음악을 즐겨 듣는 분들에게 데이빗 포스터 (David Foster)는 여타 팝스타와 비교해서 결코 모자람이 없는 이름일 것이다.

10대 시절, 'Wild Flower'를 히트시켰던 스카이락 (Skylark)의 키보디스트로 음악계에 입문한 이래 세션맨, 작곡가, 프로듀서로서 선보인 데이빗의 능력은 어쓰, 윈드 앤 파이어 (Earth, Wind & Fire)의 히트곡 'After The Love Has Gone' (1979년)을 시작으로 나탈리 콜 (Natalie Cole)의 'Unforgetable' (1991년), 영화 〈보디가드 (The Bodyguard)〉 사운드트랙 (1992년), 'Because You Loved Me'가 수록된 셀린 디온의 히트 앨범 〈Falling Into You〉(1996년) 등의 작품으로 현재까지 그래미상 35차례 후보로 올라 무려 14회 수상이란 놀라운 기록으로 입증되고 있다.

그가 음악계에서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게된 것은 시카고 (Chicago)의 명작 〈Chicago 16〉 (1982년)과 영화 〈성 엘모의 불 (St. Elmo's Fire)〉 사운드트랙의 히트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주춤하던 시카고의 인기에 다시 불을 지펴준 'Hard To Say I'm Sorry / Get Away'를 비롯한 주요 곡들을 공동 작곡 및 제작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소위 브랫 팩이라 불리우던 80년대의 청춘 스타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데미 무어 등이 출연한 영화 〈성 엘모의 불〉 사운드트랙 역시 존 파 (John Parr)가 부른 'Man In Motion', 연주곡과 데이빗이 직접 부른 두가지 버젼으로 녹음된 'Love Theme From St' Elmo's Fire' 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이후 가장 잘 팔리는 팝 프로듀서로서 지금까지 활약하고 있다.

그는 작곡과 다른 뮤지션들의 음반 제작에 바쁜 가운데에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솔로 음반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올리비아 뉴튼 존 (Olivia Newton-John)과 듀엣으로 부른 'The Best Of Me'가 수록된 〈David Foster〉 (1986년)를 시작으로 1994년에 공개된 〈Love Lights The World〉에 이르는 그의 솔로 음반들은 피아노와 키보드, 오케스트라가 수놓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으로 구성되어 방송의 BGM나 CF등을 통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Rechordings〉 (1991년)는 데이빗이 네번째로 내놓은 작품으로 그동안의 음악 인생을 집대성한 연주 음반이다. 그도 그럴것이 여기에 수록된 대부분의 음악은 자신이 작곡한 곡 중 대표작만을 모아 다시 녹음한 트랙들이기 때문이다. (제목 'Rechordings'는 Record + Chord의 합성어. 발표 당시 이 앨범의 홍보차 우리나라를 다녀가기도 했다.)

첫 곡 'Love, Look What You've Done To Me'는 영화 〈도시의 카우보이 (Urban Cowboy)〉에 삽입되었던 곡으로 보즈 스캑스 (Boz Scaggs)의 소울풀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던 노래였지만 여기에선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이 곡을 이끌고 있다.

시카고의 대표곡 'You're The Inspiration', 어쓰 윈드 앤 파이어의 'After The Love Has Gone'에선 원곡과는 달리 색소폰의 아름다운 선율이 곡을 이끌고 있는데 특히 'After ~' 에선 케니 G (Kenny G)가 특별히 참여해주기도 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곡은 대미를 장식하는 'Movie Montage'일 것이다. 6곡의 영화 음악을 메들리 형식으로 묶은 연주곡으로 15분이란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곡은 데이빗 포스터 특유의 서정성을 가장 잘 표현한 트랙이다. 이외에 걸프전 참전 미군들을 격려하기 위해 모인 프로젝트 Voices That Care가 노래한 동명곡이나 'Hard To Say I'm Sorry'의 새로운 녹음 등 대부분의 곡들은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발라드 연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음악들이 존재한다. 고독이라는 한 단어로 대신하기에 충분한 가을날의 정취를 소리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러한 음악이 될 것이다. 따뜻한 차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삶의 여유를 〈Rechordings〉와 함께 한다면 생활에 지친 우리의 마음은 보다 아름다워 질것이다.

진정한 음악의 본질은 미(美), 그 자체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