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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넌센세이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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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녀와 라스베이거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이 객석에 연신 웃음보를 터트린다. 넌센스의 라스베이거스 버전인 뮤지컬 ‘넌센세이션’(연출 최성신)은 넌센스 시리즈가 1991년 국내 초연 이후 20년째 롱런하는 이유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수녀(Nun)를 뜻하는 ‘넌’은 부정형 접두사 넌(non)과 발음이 같다. 넌센세이션에는 ‘수녀들이 벌이는 센세이셔널한 사건’과 ‘그렇게 센세이셔널하지 않은 사건’이라는 이중 의미가 담겨 있다. 사실 수녀가 라스베이거스에 갔다는 것 자체가 놀랄 일이지만 객석에 앉아있다 보면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제 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사는 다섯 수녀의 이야기가 우리네 인생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딱히 스토리는 없다. 수녀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을 하게 된 건 1만 달러를 기부하겠다는 한 신도의 제안 때문이다.

 넌센스 시리즈가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수녀들의 춤과 노래, 연기와 유머를 버무린 일종의 쇼다. 근엄할 것만 같은 수녀들이 예상을 깨고 넘치는 끼로 객석을 쥐락펴락 한다. 구겨지는 목소리로 코믹하게 노래를 부르고 막춤을 추는가 하면 객석을 뛰어다니며 관객과 대화도 한다.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웃기기만 하는 건 아니다. 드라마가 강하진 않지만 작품을 일관되게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있다. 그 사이사이에서 감동도 놓치지 않는다. 공연 내내 무대와 객석을 이어주는 건 허버트 수녀(홍지민·김희원)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바람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홍지민은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이웃사촌 같은 편안함으로 객석을 사로잡는다. “2층에 계신 관객분들~괜찮아요. 가난은 죄가 아니에요”라는 익살스런 대사도 맛깔나게 한다. 2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 쓰겠다는 약속을 막이 내릴 때까지 지키는 ‘의리파’ 수녀다. 내심 원장 수녀(양희경·이태원) 자리를 넘보긴 하지만 후배들을 일일이 다독일 정도로 마음도 넓다.

 원장 수녀는 엄격하면서도 간혹 깍쟁이 같은 귀여운 모습을 보여준다. 수녀가 되기 전 껌 좀 씹었다는 로버트 앤 수녀(김현진·김현숙)는 감초 같은 역이다. 시종 껄렁대면서 대사도 위험 수위를 넘나들던 그가 공연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때는 코끝이 찡해진다. 평소 조곤조곤 얘기하던 모습과 달리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트리는 등 엉뚱한 엠네지아 수녀(이혜경·최우리)는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수녀다. 늘 함께 다니는 인형 ‘신의 아그네스’와 엠네지아 역을 복화술로 번갈아가며 연기하는 장면은 객석을 압도한다. 비록 발레리나의 꿈은 접었지만 수녀원에서 다른 방식으로 그 꿈을 이뤄가는 레오수녀(김소향·이정미)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메시지가 강하다.

 넌센스 시리즈를 보는 재미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캐스팅이다. 지금까지 박정자·윤석화·김지숙·양희경·박해미·하희라·신애라 등 내로라하는 여자 스타들이 이 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 역시 역대 무대에 뒤지지 않는 화려한 캐스팅이 인기몰이에 한몫하고 있다.

 무대와 객석을 넘나들며 순발력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애드리브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돌림판을 돌려 관객에게 선물을 주고 관객과 경매를 진행하는 등 무대와 객석이 하나되는 이벤트도 있다. 제작사인 샘컴퍼니의 김미혜 대표는 넌센스에서 레오 수녀 역을 여러 차례 맡은 뮤지컬 배우이기도 하다.

 내년 1월 3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4만~8만원.

▶ 문의=02-744-4334

[사진설명] 넌센세이션은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주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을 하게 된 다섯 수녀들의 좌충우돌 자선공연 이야기다.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사진="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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