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공연, 클래식 연주 … ‘한눈파는’ 중소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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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중소기업의 예술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화장품업체 ㈜제닉의 정혜영 이사(맨 왼쪽) 등 임직원들이 클래식 악기를 배우고 있다. [김진원 기자]


지난 9일 오후 7시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에 있는 한 소극장. 지문인식 보안장비 개발업체인 슈프리마의 이승열 이사와 경영기획실 직원 여섯 명이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를 배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이사는 “20일 회사 송년회에서 우리 부서가 난타를 공연할 계획이라 화·목요일 저녁마다 맹연습 중”이라며 “요즘은 냄비·프라이팬과 싸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기능성 화장품회사 제닉 사옥은 매주 월요일 오후 6시30분이 되면 ‘클래식 연습장’으로 바뀐다. 유현오 대표와 정혜영 이사는 바이올린을, 엄미선 이사는 플루트를 들고 나타난다. 유 대표는 “임직원 30여 명 가운데 27명이 클래식 악기를 배우고 있어 건물에서 연주 소리가 넘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개는 이제 막 악기에 입문한 초보자지만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고 덧붙였다.

 연말을 앞두고 중소기업계가 ‘문화 향취’에 빠졌다. 특히 예술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슈프리마와 제닉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즐거운 예술, 신나는 일터(즐터)’ 프로젝트에 참가한 기업들. 교통표지판 개발업체인 동우산업에는 사물놀이패가, 냉각탑 제조회사인 경인기계엔 남성중창단이 만들어졌다. 정부는 이들에게 교육공간 임대료·강사비 등(기업당 600만원 한도)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이원섭 문화경영지원센터장은 “지금까지 중소기업 2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문화예술 코디네이터의 컨설팅을 거쳐 음악·연극·뮤지컬 등의 활동을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중소기업 직장인들의 자기계발을 도우면서 기업의 창의력을 키우겠다는 취지에서다.

 참여 기업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긍정적이다. 이승열 이사는 “공연 준비를 하면서 자긍심이 높아지고 팀워크도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유현오 대표는 “개인의 감수성을 키우자는 차원에서 클래식 악기 배우기를 제안했는데 사무실 분위기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이를 계기로 창의적인 기업문화가 정착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기업의 문화예술 경영은 중장기적인 투자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숙명여대 김소영(경영학) 교수는 “문화 경영이 활발한 기업 15곳의 분석 결과 개인과 조직을 하나로 인식하는 ‘감정적 몰입도’가 일반 기업보다 두 배가량 높고 일반인의 신뢰도는 30%, 브랜드 인지도는 23% 이상 높았다”며 “앞으로 ‘즐터’ 같은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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