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넷 멘토 맡아 주말마다 공부 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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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서울대 의예과 합격소식을 들은 그는 울었다. 지독한 가난을 이겨냈다는 뿌듯함에 나온 눈물만은 아니었다. 유방암으로 투병하다 1년 전 아들의 생일날 세상을 떠난 어머니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10일 서울대 수시 전형(기회균형) 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은 지리산고 3년 김자정(17·사진)군은 “열심히 공부해서 암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의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지리산고 박해성 교장은 “김군은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때문에 뚜렷한 목표를 갖고 의대를 고른 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박군은 기초생활 수급자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하는 홀아버지 김성동(46)씨 밑에서 어렵게 공부했다. 마산 내서중을 졸업한 뒤 정규 고등학교에 갈 형편이 못돼 경남 산청의 지리산고로 왔다. 전교생 60여 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지리산고는 학비와 식비가 없는 무료 대안학교다. 교복과 학용품도 학교에서 무료로 나눠준다. 학교는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 잠비아 출신으로 이 학교에 유학온 켄트 카마슘바(20)가 서울대에 합격했다. 

 김군은 학원은 구경할 수도 없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매일 새벽 1∼2시까지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주말이면 진주시내로 가서 중학교 1학년 학생 4명의 멘토를 맡아 공부를 지도했다. 지식나눔 봉사활동의 하나다. 학교 근처 경로당과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청소를 해주는 등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산청=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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