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보스턴, 챔피언시리즈 진출

중앙일보

입력

보스턴 레드삭스가 기적을 일으켰다.

레드삭스는 11일(이하 미국시간 기준)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최종 5차전에서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깜짝 구원등판과 트로이 올리어리의 홈런 2방에 힘입어 12대8로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1,2차전에서 패해 회생의 가능성이 희박했던 레드삭스는 3,4,5차전을 모두 타력의 힘으로 잡아내며 극적으로 시리즈를 역전 시켰다.

1차전에서 등부상으로 조기 강판한 마르티네스는 사실 이날 경기에서 등판 계획이 없었으나 선발 브렛 세이버하겐이 초반에 무너지면서 긴급 투입됐다. 부상이 호전되지 않아 더 이상 뛸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마르티네스는 통증과 싸우며 4회부터 9회까지 6이닝동안 볼넷 3개만 허용했을 뿐 무안타에 삼진 8개를 잡아내 생애 플레이오프 첫 승을 챙겼다.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홈런포가 동반된 난타전으로 시작됐다. 레드삭스는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1회에 투런홈런을 때려냈고 '타자중 최고의 히어로'인 올리어리가 3회에 3점홈런, 7회에 3점홈런을 날렸다. 인디언스의 펀치도 만만치 않았다. 짐 토미가 각각 1회와 3회에 투런홈런을 작렬시켰다. 트래비스 프라이맨도 2회에 역시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양팀간의 최종전은 야구의 백미라고 할 수 있었다. 호쾌한 타격에 최고의 피칭 그리고 스포츠맨의 정신이 모두 드러난 경기였던 것. 레드삭스는 1회에 가르시아파라의 2점홈런으로 선취점을 올렸지만 1회말 수비에서 선발 세이버하겐이 홈런 1개와 2루타 1개를 허용하며 3실점, 역전을 당했다.

세이버하겐은 2회말에도 프라이맨에 2점 홈런을 내줘 5-2로 점수차가 멀어졌다. 반격에 나선 레드삭스는 올리어리의 3점홈런을 포함 3안타를 집중시켜 대량 5득점을 해 7-5로 역전을 시켰다. 인디언스의 반격은 곧바로 3회말에 이어졌다. 인디언스는 매니 라미레즈가 2루타를 때려내 1점차로 추격한 뒤 짐 토미가 투런 역전 홈런을 뿜어냈다. 레드삭스는 이에 뒤질세라 4회초에 잔 발렌틴의 희생플라이로 대런 루이스가 득점, 스코어는 8-8 동점이 됐다.

레드삭스는 이때 마지막 승부수를 걸었다. 마르티네스를 등판 시킨 것. 1,2,3회에 연속 득점을 했던 인디언스의 방망이는 맥을 못추기 시작했다. 4회부터 9회까지 스코어보드는 줄곧 0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반면 레드삭스는 5,6회에 잠시 조용한 뒤 7회에 이날의 히어로 올리어리가 3점홈런을 때려내며 스코어를 11-8로 벌린 뒤 9회엔 가르시아파라가 '보험타(insurance hit)'를 날려 12-8로 멀찌감치 달아났고 결국 마티네스를 헹가래 치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날 선발로 등판해 부진했던 레드삭스의 세이버하겐은 "마르티네스는 불과 2일전까지만 해도 땅에 떨어진 공을 줍기도 힘들정도로 통증이 심한 선수였다. 그는 내 야구인생에 가장 믿을 수 없는 최고의 투수다"라며 기뻐했다.

'밤비노의 저주'를 받아(?) 90여년간 한번도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레드삭스는 13일부터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결정전(7전 4선승제)을 갖게 된다. '밤비노' 베이브 루스로 인해 영원한 라이벌이 된 양팀은 과연 어떤 시리즈를 치를지에 관해 벌써부터 인터넷 토론장은 '설전'이 뜨겁다.

한편 양키스는 중심타자인 폴 오닐이 갈비뼈 부상을 당해 출전이 어려워짐에 따라 공격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오닐은 지난 10월2일 정규시즌 경기에서 수비도중 펜스와 부딪혀 갈비뼈에 부상을 입은 바 있는데 최근 정밀 검사 결과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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