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정치논리 경제정책 흔들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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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긴급한 현안도 득표에 불리할 것 같으면 선거 뒤로 늦춰놓고 보거나 땜질식 처방이 내려지고 있다.

'개혁' 의 기치 아래 계획된 정책들마저 미뤄지거나 변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표에 도움이 될 정책은 무리해서라도 밀어붙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전용면적 50~74평, 거래가 6억원 이상 고급아파트에 대한 취득세 인상계획을 '중산층 세부담 증가' 를 이유로 철회했다.

'원가반영' 을 내세우던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부담' 을 이유로 내년 이후로 미뤄놨다. 산업자원부가 10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던 전기요금인상안은 쑥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 8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올해 물가목표를 2% 내외에서 1.5%로 하향수정한 바 있다. 한은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내년 이후의 물가부담을 벌써부터 우려해 왔다. 여건을 봐서는 올해 올리는 게 나은데도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소주세율을 35%에서 80%로 높이는 방안과 과세특례를 폐지하는 내용의 부가가치세 개혁안도 과연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현진권(玄鎭權)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부가세 과세특례 상한액이 이제껏 세 차례 오른 것은 모두 총선을 앞둔 때였다" 면서 "과세특례 폐지가 늦춰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고 말했다.

玄위원은 "조세정책을 정치논리로 풀어서는 공평과세는 기약하기 힘들다" 고 꼬집었다. 이른바 11월 대란설의 진원지인 투신사 구조조정이 내년 7월 이후로 멀찌감치 잡힌 것도 선거를 의식한 흔적이 다분하다.

이에 비해 표에 득이 될 정책은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부는 최근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다소 잠잠해지자 그린벨트 해제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건교부는 우선해제 대상인 집단취락지에 대해서는 연내 해제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들을 독려하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연금기금의 제도적 개선 없이 내년에 법정부담금 외에 1조원을 새로 투입키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종민(金鍾敏)국민대 교수는 "경제정책에는 타이밍도 매우 중요하다" 며 "정책실기에 따른 비용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 장기적으로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와 여당은 알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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