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디스트 박용준 (The Classic)를 만나서 -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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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대중들보다 전문 매니아들에게 널리 알려진 건반 연주자 박용준. 70만장 이상의 팔린 1집 〈마법의 성〉을 비롯, 현재까지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김광진과 함께 특유의 감수성으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주던 듀오 더 클래식 (The Classic)의 한 축을 맡았고 국내 최고의 스튜디오 집단인 조동익 밴드의 일원으로 겉으로 보여지진 않지만 스튜디오, 공연 세션을 통해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잠시 더 클래식이란 이름을 접어둔 지금의 근황과 그간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상화. 이하 상) 안녕하세요 ? 요즘 근황에 대해 알려주세요.
박용준. 이하 준) 여름에 박정현씨 공연에 참여 했었고 현재 [하나 음악]에서 남의 녹음 작업하고 있죠. (장)필순이 누님 6집, 동물원 하던 (김)창기형 솔로 음반, 시인과 촌장 (하덕규, 함춘호) , 낯선 사람들 3집, 그리고 오소영이란 신인 가수 음반 작업하고 있습니다.

상) 처음 음악은 언제부터?
준) 국민학교때 사촌형으로부터 기타를 처음 배웠고 대입 시험 치룬후 돈암동에 있던 카페에서 통기타 치면서 음악을 시작했죠. 그러다가 피아노 치면 5만원 더 준다는데가 있어 거기서 노래 했죠. (웃음)

상) 그러면 피아노는 그때부터 연주하셨습니까 ?
준) 아니요. 어렸을때부터 피아노가 있어서 조금씩 치긴 했었죠. 정식으로 배운건 없어요. 그래서 잘 못쳐요. 기타 치던 곡들을 피아노로 연습하고 그랬죠.

상) 프로로 입문하게 된건 언제부터죠 ?
준) 일하던 업소에서 홍대 서클에 있던 형들이 노래를 했는데 그 형들을 통해서 [노래그림]이란 팀을 하던 지근식 (변진섭 1, 2집 작곡) 형을 만나 한동준, 양진석, 김한년 형을 알게 되었죠. 그러다가 (양)진석이형은 일본 유학가고 (김)한년이형은 군대가게 되서 제가 그 팀에 들어가 트리오로 활동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1991년 동준이형 1집 낼때 곡 주고 편곡, 연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지요.

상) 이승환 밴드에선 언제부터 활동하셨죠 ?
준) 2집 (1991년)부터 5-6년 같이 했어요. 〈Human〉 (1995년)은 세션만 했구요.

상) 김광진씨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요.
준) 아는 형이 [나르시스]라는 대학생 팀의 데모 테잎을 들려준 적이 있어요. 이 팀에 광진이 형이 있었어요. 그 테잎을 들을 기억만 가지고 수소문을 했는데 우연치 않게 연락이 되었죠. 그래서 한동준 1집에 '그대가 이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를 수록하게 되었죠.

상) 더 클래식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겁니까 ?
준) 승환이형 밴드를 계속하다가 승환이형에게 광진이형을 소개하면서 서로 친하게 되었죠. 그뒤 승환이 형, 광진이 형등 셋이서 프로젝트 밴드를 하기로 했다가 앨범 준비 작업에서 승환이형은 빠지고 둘이서 하게 되었죠.

상) 더 클래식 1집은 이승환 밴드와 작업을 한겁니까 ?
준) 아니죠. 'Jerry Jerry Go Go'만 승환이형이 맡아서 하고 나머진 (함)춘호형, (조)동익이형이랑 같이 녹음했죠.

상) 1집에 비해 2집은 녹음이나 연주에 있어 진일보한 음반인데.
준) 그렇죠. 직업이 연주이다 보니 그쪽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없는 장비는 빌리거나 직접 사오는 등 하면서 연주나 편곡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 작품입니다.

상) 조동익씨와는 처음 어떻게 만나게 됬는지요 ?
준) 그게 참 웃긴데 한동준 1집에 편곡자로 참여하면서 녹음하던 강남의 SM 스튜디오 (지금의 SM기획)에서 공부하고 연습한다는 핑계로 먹고 자고 했었는데 어느날 그 녹음실에서 (조)동익이형 밴드가 작업을 하기로 했어요. 당시 동익이형 밴드에선 김효국 (前 11월)형이 건반을 쳤는데 그 녹음실이 새로 생긴데라 길을 찾지 못했어요. 몇시간을 지나도 오질 않아서 건반 칠 사람이 없다보니 대신하게 되었죠. 그뒤에 얼마 있다 같이 음악하자는 전화가 와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상) 광진씨에 비해 작곡한 곡이 그리 많지 않은데 이유는 ?
준) 제가 게을러서 그래요. 광진이형은 음반낸다고 그러면 곡을 막 써가지고 와요. 내심 고맙죠.

상) 녹음 세션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지요.
준)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비슷해요. 기타, 건반, 베이스, 드럼 등 가장 중요한 네부분 (Four-Rhythm)을 먼저 녹음하고 여기에 퍼커션이나 솔로 악기들을 입히는 거죠.

상) 보통 음반 작업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지 ?
준) 짧으면 1개월이고 보통 3개월 정도죠. 놀면서 하면 몇년씩 걸리는 경우도 있지요. (스튜디오 1프로 - 3시간 30분 - 대여에 보통 30-40 만원정도 듭니다.) 예전에 비하면 하는 작업이 많이 줄었어요. 전에는 음반을 만들면 안되야 본전뽑기 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망하니까요.

상) 더 클래식의 음반과 김광진 씨 솔로 음반 〈My Love, My Life〉등에서 편곡을 맡았는데 편곡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
준) 음악 편곡은 작곡가와 곡의 분위기에 대해 상의를 해요. 저랑 생각이 다를수도 있으나까요. 일단 곡의 분위기만 결정되면 그림을 그려나가듯 하죠. 기타는 어떻게 할건지, 베이스는 어떻게, 악기톤을 어떤식으로 할건지 등등을 결정, 악보에 그려요. 연주하는 과정에서 바뀔수도 있죠.

상) 스튜디오 녹음과 공연 세션의 차이는 ?
준) 일단 스튜디오 세션은 창작을 해야 되죠. 머리를 많이 써야 하고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안되죠. 그래서 긴장이 많이 되는데 공연은 단 한번에 끝나는 거니까 '이건 틀리면 다시 할수 없다. 된다'는 또다른 긴장감이 있죠. 대신 기분대로 갈 수가 있어서 재미있어요. 공연할 때마다 즉흥 연주식으로 할수 있다는게.

상) 특별히 실수하신 건 없나요.
준) 최대 실수는 공연 전날 술을 너무 마셔서 피아노에서 잠든 것 정도 ? (웃음)

상) 원래 음악적 취향은 어떠세요? 더 클래식에선 발라드 위주였는데.
준) 게속 바뀌었어요. 그 당시엔 음반에 어울리는 음악이 그거라고 생각했죠. 처음 음악할땐 포크를 했었고, 재즈, 포크 록, 그리고 최근엔 테크노를 할 생각도 있었는데 요새 테크노가 변형되서 사람들에게 들려지고 있어서 재미 없을 것 같아서 이건 접었죠.

상) 조동익 씨의 〈Movie〉에선 다양한 프로그래밍 실력을 선보이셨는데 외국의 테크노 음반을 참고하신겁니까 ?
준) 그렇지 않아요. 전 그냥 시키는데로 했었죠 (웃음) 그 음반은 무척 고생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동익이 형에겐 묘한 능력이 있어요.

상) 〈Movie〉에선 일렉트릭 기타도 연주했는데 ?
준) 워낙 예전부터 기타치는 걸 좋아했어요. 더 클래식에선 제가 기타를 칠만한 곡이 없었어요. (함)춘호 형이 잘 하고 해서 전 틀려도 되는 거만 했죠 (웃음) 이규호 1집에서 조금하고.

상) 최근 즐겨듣는 음악은 ?
준) C.C.M (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을 주로 들어요. 교회 다녀서 듣는건 아니고 묘한 매력이 있어요. 주로 록 적인 거. 스티븐 커티스 채프만 (Steven Curtis Chapman) 같은 뮤지션이요. 옛날엔 GRP 많이 들었죠. 요샌 제임스 테일러 (James Taylor)의 〈Hourglass〉를 좋게 들었어요. 저는 그리 많이 음악을 듣는 편은 아니에요. 요새 많이 접하려고 노력하죠.

상) 좋아하는 연주인은 ?
준) 저는 좋아하는 기타, 베이스, 드럼 연주자는 있는데 막상 좋아하는 건반주자는 없어요. 기타는 마이클 톰슨 (Michael Thopson), 베이스는 지미 존슨 (Jimmy Johnson), 드럼은 얼마전 세상을 떠난 카를로스 베가 (Carlos Vega), 비니 컬레이유타 (Vinnie Colaiuta) 그 정도입니다. 스틸리 댄 (Steely Dan), 제프 포카로 (Jeff Porcaro) 있었을때의 토토(TOTO)도 좋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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