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합작 애니메이션 '성춘향뎐', 16일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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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춘향전' 이 만화영화로 만들어져 16일 개봉된다.
'성춘향뎐' 이 그것. '톰과 제리' '스머프' 를 만든 미국의 '투너신' 과 '투너신 서울' 이 제작한 첫 한.미합작품으로 총제작비는 24억원. 일반극영화인 '쉬리' (27억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주 시사회를 통해 '성춘향뎐' 의 전모가 공개됐다. 80분 분량의 장편으로 내용은 고전소설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몽룡과 춘향이 단오날 남원의 광한루에서 만나 연(緣)을 맺고 사랑을 나누다 헤어져 다시 극적으로 상봉하는 이야기. 두 사람외에 월매.향단.방자.변학도 등 귀에 익은 인물 그대로 다 등장한다.

'성춘향뎐' 은 이처럼 뻔한 것이란 편견을 일단 깨는 데는 성공했다. 만화로 보는 색다름은 신선했고, 인물들의 유형(類型)도 잘 되살린 편이어서 '고전 다시 만들기' 의 또다른 방식을 제시했다. 촐랑대는 방자와 향단, 욕심쟁이 월매, 포악한 변사또는 여전했다.

더불어 만화의 생명이 작화(作畵)라면, 그 또한 깔끔했다. 부드러운 선(線)처리, 거기서 비롯된 유연한 몸놀림, 원색을 주조로한 파스텔톤의 색감도 뛰어났다.

앤디 김 감독은 이를 두고 "2차원(2D)디지털 작업의 성공" 으로 평가했다. 셀애니메이션 그림을 바로 컴퓨터에 입력해 필름으로 옮겨, 우리 만화영화의 고질병이었던 '거친 영상' 을 극복한 것. 이 덕분에 인물 동작의 음영(陰影)이 역동성으로 살아났다.

에피소드와 소품을 구성하는 데서는 현대화한 흔적이 많이 엿보였다. 감초 역 방자는 '어퍼튜니티' ( '기회' 란 뜻) '오 마이 갓' 등 영어 몇마디로 사람을 웃겼고, 핸드폰과 운동화가 등장하는 등 부조화의 미도 살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인물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정확히 일치시킨 립싱크. 작화의 입과 말이 따로 노는 병폐는 많이 해결됐다. '성춘향뎐' 은 이미 지난 6월말 미국 배급사(와모 엔터테인먼트)를통해 미국시장에 총 2백50만 달러(27억원)를 받고 팔아 한국영화사장 최고 수출액( '쉬리' 는 1백30만 달러)을 기록했다.

현재 프랑스 칸 미프콤(Mipcom) 견본시에 출품돼 추가 계약 성사 가능성도 높은 편. 가족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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