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2년 전엔 “한·미 FTA 필요” → 최근 “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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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손학규(얼굴) 민주당 대표의 입장이 과거와 비교하면 크게 달라졌다.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직후 “국가 생존 차원에서 한·미 FTA가 필요하다”고 했던 그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협정을 폐기하라”고 했다. 그는 원래 한·미 FTA 찬성파였다. 2008년 통합민주당 대표가 된 다음에도 그는 “한·미 FTA는 경쟁사회에서 우리가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야당 대표가 지나치게 보수파의 ‘신자유주의’를 옹호한다는 얘기까지 들을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이제 한·미 FTA 찬성론을 완전히 접고 그걸 반대하는 야권의 ‘투사’로 변신했다.

 그가 이렇게 한 까닭은 무엇일까. 손 대표 주변에선 ‘상황의 변화’를 이유로 든다. “찬성 주장을 폈을 때와 비교해 협상 내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손 대표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연평도 사태의 안보 정국을 틈타 일자리를 팔아먹은 한·미 FTA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하는 건 그런 맥락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손 대표는 올해 8월 춘천에서의 칩거를 끝내고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까지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정부가 추가 협상을 하고 있었을 때도 “한·미 FTA를 어떻게 볼지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말만 했을 뿐 반대론을 펴지 않았다. 손 대표가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한·미 FTA 추가 협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다. 손 대표는 지난달 9일 “일방적인 양보이고 굴욕적인 마이너스 재협상”이라고 정부를 향해 첫 포문을 열었다.

 그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2007년 협상에서는 이익의 균형이 맞았지만 이번 추가 협상에서는 이익의 균형을 완전히 잃었다고 손 대표가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당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목적에서 FTA 강력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나라당 출신으로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를 노리고 있는 손 대표가 이번 기회에 ‘야당다운 모습’을 당원과 대중에게 심어주려는 의도에서 선명하고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미 FTA 반대를 야권 통합의 계기로 삼으려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4대 강 반대 투쟁으로 뜻을 합치고 있는 야권이 한·미 FTA 반대를 고리로 더 단결할 경우 2012년 총선·대선 땐 단일화를 통해 통합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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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19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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