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 유화, 37년 만에 프랑스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프랑스로 반환되는 19세기 드가의 작품 ‘치통을 앓는 세탁부’. 1973년 프랑스 말로미술관에서 전시중 도난당해 장물 시장을 거쳐 미국으로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37년 전 도난당한 인상파 화가 에드가르 드가의 유화 한 점이 미국에서 발견돼 프랑스로 반환된다.

 뉴욕 동부 지구의 로레타 린치 연방검사는 “1973년 프랑스 르아브르의 말로미술관에서 도난당한 19세기 유화 ‘치통을 앓는 세탁부’가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온 것이 확인됐다”며 “유화를 프랑스에 돌려주기로 소유주와 합의했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린치 검사는 “이번 조치는 도난당한 미술품과 문화재는 반드시 원래 소유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미 사법당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소더비 측도 “19세기의 소중한 미술품이 원래 소유주인 프랑스 정부의 품으로 돌아가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올해 초 소더비의 인상파 작품 경매 목록에 오른 것을 말로미술관 직원이 발견해 소더비 측에 통보, 경매 대상에서 제외됐다. 소더비는 이 그림의 예상 낙찰가를 45만 달러(약 5억1000만원)로 산정했었다. 소유주가 반환에 동의해 장물 취득과 관련한 압수 조치를 받지 않게 됐다.

 뉴욕의 정형외과 의사인 소유주는 법원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 그림을 장물인지 모르고 구입한 것 같다”며 “나도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고 설명했다. 소더비 관계자는 “소유주가 이 그림이 장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으며 이후 작품처리 절차에 매우 협조적이었다”고 전했다.

 치통으로 고통 받는 두 젊은 세탁부의 얼굴이 묘사된 이 그림은 1870년대 초반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수집가가 이 그림을 1953년 프랑스 정부에 기증해 루브르박물관에 등록됐다가 61년 말로미술관으로 대여됐다. 73년 말 전시 중 도난당한 이 그림은 장물 시장을 거쳐 미국에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뒷면에는 ‘RF 1953-8’이라는 등록마크가 찍혀 있다. 이는 프랑스 정부가 53년 여덟 번째로 획득한 미술작품이라는 뜻이라고 뉴욕 검찰은 밝혔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